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가 2005년까지 이사장으로 있었던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소송이 대선 전에 끝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수장학회 이슈가 대선 정국에서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 준비과정의 지연으로 소송이 올해 안에 끝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8일 "정수장학회와 박 후보의 관계 등을 선고 결과에 맞춰 대선 전에 이슈화시킬 계획이었지만, 차분히 재판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 방안을 다시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 일정이 지연된 이유는 정수장학회와 국가를 상대로 주식양도 청구 소송을 내면서 소유권을 돌려달라고 주장했던 정수장학회 설립자 고 김지태씨의 유족들이 항소이유서를 늦게 제출했기 때문이다. 1심에서 패소한 유족들은 지난 4월 항소, 사건은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 박형남)에 배당됐다. 법조계에서는 사안이 복잡하지 않은 민사 항소심의 경우 통상 6개월 내에 선고가 나는 점을 근거로 이번 소송 결과도 대선 전에 나올 것이라 전망했다. 정수장학회와 국가는 사건 배당 이후 각각 5월과 6월에 소송위임장을 재판부에 제출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
하지만 유족들이 항소이유서를 지난달 30일에야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재판 일정은 미뤄지기 시작했다. 원고 측 항소이유서를 뒤늦게 받은 재판부는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일정상 첫 항소심 기일을 9월26일에야 잡을 수 있었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원고 측이 왜 항소이유서를 늦게 제출했는지 알 수 없지만 소송 당사자들의 입장을 정리하고 기본적인 기일만 진행한다 하더라도 선고는 연말이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수장학회의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은 1962년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설립한 김지태씨의 장남 김영구(73)씨 등 유가족 5명이 2010년 6월 정수장학회와 국가를 상대로 주식양도 청구 소송을 내면서 불거졌다. 유족들은 "군사정부가 부정축재를 이유로 부일장학회 설립자를 구속했고 불법구금이 지속된 상태에서 협박에 의해 주식을 기부했다"며 "불법적으로 빼앗긴 재산인 만큼 정수장학회가 소유하고 있는 부산일보 등의 주식을 유족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부장 염원섭)는 지난 2월 "김지태씨가 국가의 강압에 의해 정수장학회에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국가의) 강박 정도가 김씨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여지를 완전히 박탈할 만큼은 아니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강박에 따른 의사 표시에 대한 취소권은 행위를 안 날로부터 10년 내에 행사해야 하는데, 증여가 이뤄진 1962년 6월20일로부터 10년이 지날 때까지 취소권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없어 권리는 소멸됐다"며 정수장학회와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법원은 본안 소송과 별개로 유족들이 제기한 부산일보 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은 지난 3월에 인용했다. 이에 따라 정수장학회는 이번 소송의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부산일보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게 됐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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