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한국 정부에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의 미국 이송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미 연방법원 행정처(AOUSC)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지난해 9월 미국 국적인 김씨의 이송 신청을 승인했으며, 국무부가 10월 5일 외교문서를 통해 한국 정부에 김씨의 이송을 요청했다.
한미 양국은 공동 가입한 국제 수형자 이송 프로그램(IPEP)을 통해 상대국 수감자를 이송, 자국 수감시설에 복역시킬 수 있다. 미국의 이송 요청은 아직 한국 외교통상부에 계류 중이며 미국은 한국 정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는 이송 요청에 앞서 김씨가 미국 법에는 없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따른 형기를 한국에서 모두 복역한 사실을 확인하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사안에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워싱턴 외교가는 미 국무부가 이송 요청 외교문서를 이례적으로 주한 미대사관을 통해 한국 외교부에 전달한 사실에 주목하고 한국 정부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아들여 2006년 김씨를 검거한 뒤 인도 절차를 진행한 점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미국의 이송 요청을 반대할 명분이 적다는 것이다.
현재 천안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김씨는 미국 이송을 위해 벌금 100억원에 해당하는 형기를 먼저 집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BBK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2009년 5월 횡령, 증권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8년에 벌금 100억원형이 확정됐으며, 벌금은 하루 2,000만원씩 500일간 노역으로 대체할 수 있다.
뉴욕=신용일 미주한국일보기자 yishin@koreatimes.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