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물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채소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햇반 등 가공식품 가격마저 잇따라 뛰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폭염으로 잎 채소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마트는 시금치 한 단(300g)가격을 한 달 전보다 32.9% 올려 2,100원으로 책정했고, 대파와 열무 한 봉 가격도 지난달보다 각각 26.6%, 19.7% 상승한 2,380원, 2,130원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상추 1봉(150g) 판매가도 2,000원으로, 지난달 1,000원에서 두 배가 됐다. 얼갈이와 열무 가격은 한 단 기준으로 모두 2,500원에 판매돼 한 달 전보다 68.9% 상승했다.
신선식품 가격은 최근 2년 간 이상기후로 계속 상승해 왔고, 이번에도 불볕더위 탓이 크다. 하지만 현 상황은 그 동안 정부가 억눌러 왔던 가공식품 가격까지 오르고 있어 심각하다는 지적이 높다.
롯데칠성음료는 10일부터 사이다와 콜라, 캔커피 등 10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8일 밝혔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원가 인하 요인이 발생한 과일주스 등 6개 품목은 가격을 내렸지만, 이번 10개 품목 인상으로 전체적으로 3%정도 가격이 오르게 된다는 것. 250㎖ 캔 기준으로 칠성사이다는 40원, 펩시콜라 33원, 240㎖ 캔 게토레이는 33원, 175㎖ 캔 레쓰비는 17원씩 출고가격이 인상된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11월 출고가 인상을 시도했으나 정부 압박으로 10일 만에 인상 방침을 철회했다가 이번에 다시 인상을 추진하게 됐다.
CJ제일제당의 즉석밥 햇반 가격은 지난달 30일부터 1,280원에서 1,400원으로 9.4% 인상돼 판매되고 있다. 다시다 가격도 평균 8% 인상했다.
두유시장 1위 업체인 정식품도 콩∙설탕을 비롯한 운송비 등의 상승을 이유로 4년 만에 가격 인상을 단행할 계획이다. 베지밀 A∙B 190㎖ 제품은 기존 600원에서 680원으로 13.3%, 1ℓ 제품은 2,050원에서 2,300원으로 12.2% 인상된다.
정부의 억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가공식품 가격이 본격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말부터다.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말부터 맥주 출고가를 5.93% 인상했고, 삼양식품도 삼양라면 가격을 700원에서 770원으로 10% 올리는 등 6개 품목의 권장 소비자가격을 5∼10% 올렸다. 동원F&B도 동원 살코기참치 100g 3개짜리 묶음을 4,900원에서 5,380원으로 올리는 등 가격을 6.7∼9.8% 인상했다.
업계는 이미 수년 전부터 국제 곡물가격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못해 이번에는 반드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고 7월엔 1.5%까지 떨어졌을 정도로 물가가 안정돼 있어, 정부도 업체들의 인상 요구를 계속 찍어누를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물가안정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에 따른 착시효과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경제전문가는 "우리의 식료품 물가만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인 5%대를 유지하고 있어 체감 물가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 여기에 하반기 식품물가 상승이 겹치면 서민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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