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 김현우(24ㆍ삼성생명)는 틈만 나면 휴대폰을 쳐다본다. 올림픽에서 맞붙을 라이벌들의 동영상을 유심히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라 훈련의 연속이라 볼 수 있다. 김현우는 "동영상요. 라이벌들의 경기는 다 있어요. 아마 만 번은 넘게 봤을걸요"라며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타고난 힘은 물론이고 한 번도 한 눈을 팔지 않을 정도로 성실하게 훈련한 김현우는 8년 만에 올림픽 금맥을 이으며 한국 레슬링의 자존심을 살렸다.
8일(한국시간)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타마스 로린츠(헝가리)와의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전에서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열악한 상황에서 투혼을 펼치며 '금빛 옆 구르기'를 성공시킨 그는 레슬링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악조건에서도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파워와 성실함에서 비롯된다. 김현우는 타고난 레슬러다. 2001년 유도에서 레슬링으로 전향한 그는 큰 기술을 주무기로 삼았다. 유도를 했던 터라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메치기와 업어치기 등에 능했던 그는 전형적인 '파워 레슬링'을 구사했다. 그는 "어떤 선수라도 들어서 던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안한봉 삼성생명 감독도 김현우의 폭발적인 파워에 혀를 내두른다. 그는 "같은 체급에서는 파워를 따라올 자가 없다. 한 체급 위인 74㎏급 선수들도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레슬링 매트가 수영장이 될 만큼 땀을 흘려왔다"고 평가했다. 토너먼트 도중 눈이 퉁퉁 불어올라 한쪽 눈만으로 버텨야 했던 그는 감각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빼어난 파워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도전이었다. 김현우는 하루 7시간의 지옥 훈련을 이겨냈고, 70㎏ 대형 타이어를 활용해 하체와 몸의 중심을 바로 잡아주는 체력 강화훈련을 소화해냈다. 35㎏의 덤벨로 만든 '커튼 벨' 훈련으로 손목의 힘을 강화하기도 했다.
한국 레슬링은 국제대회에서 러시아 등 동유럽의 텃세로 인해 심판 판정의 불이익을 받아왔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그레코로만형 60㎏급 정지현(삼성생명)이 8강전에서 판정 논란을 빚기도 했다. 동유럽 국가들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국제레슬링연맹(FILA)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어 한국 레슬링은 상대적으로 심판 판정에 손해를 보고 있는 것. 그러나 김현우는 눈에 띄는 큰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스타일이라 심판의 재량이 끼어들 수 없을 만큼의 화끈한 경기력으로 그 동안의 설움을 풀었다.
2010년 태극마크를 단 김현우는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는 2011년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며 올림픽의 금빛 가능성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엑셀 런던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프레올림픽에서 챔피언이 됐던 그는 매일 꿈에 그려왔던 대로 올림픽 무대에서 시상대 맨 꼭대기에 올랐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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