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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북정책 전환의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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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북정책 전환의 마지막 기회

입력
2012.08.0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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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며칠 후면 광복절을 맞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다. 지금 국내 정국은 차기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과정이 진행 중이다.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어떤 후보도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후보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 것인가. 5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국내외는 물론이고 북한도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는 적지 않았다. 전임 노무현 정부가 '10ㆍ4 남북정상선언'을 통해 남북관계를 한 단계 더 진전시켜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실용주의적 기준과 원칙에 따라 하나씩 결실을 거두어 나가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 이걸 따질 게재는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차기 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펴 나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여건은 마련해 주는 일이 더 중차대해졌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지 7개월이 지났다. 그사이에 북한의 당-정-군 내부에서 여러 가지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러한 변화는 일관되게 '인민생활 향상'에 맞춰져있다. 이를 위해 북한이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한 조치가 경제지도 체제의 개편이었다. 내각이 '경제사령부'로서 경제정책을 통일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맡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김정은은 "다시는 인민들의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그의 언행이 비록 상징적 수준의 것이라 할지라도 경제회생을 국가의 목표로 공식 선언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7월 15일 조선로동당 정치국 회의는 인민군 총참모장 리영호를 "신병관계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는 결정"을 했다. 공식회의를 소집해 공개적으로 군부 핵심 인물의 인사문제를 처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선 현재의 선군정치를 그대로 두고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4ㆍ15 연설'은 정확히 3개월 뒤 리영호의 직무 해임으로 입증됐다. '군이 주도하는 선군정치'의 시대가 가고 이제 '당이 주도하는 선군정치'의 막이 올랐다. 리영호 해임은 김정은에게 '공화국 원수' 칭호 수여로 마무리 됐다. 이로써 권력승계 1단계 시나리오가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내부체제를 정비한 북한은 이제 2단계 시나리오에 따라 국제사회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정은은 7월 들어 부인 리설주를 공개 활동에 동행하기 시작했다. 새로 조직된 악단의 시범공연엔 미키마우스 등 디즈니 캐릭터가 등장하고 북한판 걸 그룹의 휘황찬란한 공연 장면이 방송을 타기도 했다. 북한 내부는 물론이고 국제사회를 겨냥해 김정은은 뭔가 다르다는 점을 부각 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때맞춰 김정은은 권력 승계 이후 최초로 외교사절을 접견한다. 그 대상은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왕자루이였다. 중국 신화사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왕자루이와의 회담에서 "경제를 발전시키고 생활수준을 증진해 주민이 행복하고 문명적인 생활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당의 목표"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왕자루이가 평양에 머무는 사이에 북미간 비공식 접촉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었다. 북한은 협중통미(協中通美)를 노골화하고 있다.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 처음 맞는 광복절이다. 새로 등장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아울러 대국적 견지에서 북한은 붕괴의 대상이 아니라 통합의 대상이라는 인식에 기초해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의 변화를 우리가 주도해 나갈 의지와 방도를 담아내는데 활용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나 중국과의 경협 확대는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 맥락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실천하기 쉬운 인도적 차원의 지원과 금강산관광 재개의 길을 열어 주기를 기대한다.

이봉조 극동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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