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투수 출신으로 '너클볼의 전설'로 불리는 필 니크로(73)가 처음 방한했다.
그는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대화동 고양국가대표훈련장을 찾아 국내 최초 독립야구단인 고양원더스와 경찰청 야구단의 퓨처스리그(2군 경기)를 관전했다. 니크로는 경기 후 고양원더스의 더그아웃을 직접 방문해 김성근 감독과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니크로는 1960년대부터 20여년 동안 '너클볼'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했다. 검지와 중지 손가락 끝을 이용해 던지는 '너클볼'은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변화구의 일종으로, 니크로의 전매특허였다. 그는 '원조 너클볼러'로 불리며 메이저리그에서 24시즌을 뛰었다. 통산 318승에 탈삼진 3,342개, 평균방어율 2.57을 기록하며 5번이나 '올스타 선수'로 선정됐다. 87년 48세의 나이로 선수생활을 마감한 이후 97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돼 '살아있는 미국 야구의 역사'로 통한다.
칠순을 훨씬 넘긴 고령이지만 니크로는 이날 1군 진입을 꿈꾸는 선수들 앞에서 너클볼을 직접 던지는 열정을 보였다.
한국 방문도 따지고보면 너클볼 덕분이다. 고양원더스의 구단주이자 소셜커머스 위메이크프라이스 대표 허민(36)씨가 니크로 가족을 초청한 것이다. 두 사람의 인연도 너클볼 때문에 맺어졌다. 2009년 야구광인 허씨가 미국 유학시절 너클볼 투구법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니크로를 무작정 찾아갔다. 고양원더스의 한 관계자는 "허 구단주는 니크로에게 수 차례 편지와 이메일을 보내며 너클볼을 배우고 싶다고 설득했고, 니크로가 승락한 이후엔 그의 애틀랜타 집에서 한 달 동안 동고동락하며 지냈다"고 전했다.
서울대 야구부 출신인 허씨는 지난해 고양원더스를 창단했다. 허씨는 이날 자신이 만든 팀을 '스승'인 니크로에게 소개하고 경기도 함께 보면서 모처럼 '사제'간의 정을 나눴다. 고양원더스 관계자는 "니크로에게 제자는 얼마 전 은퇴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팀 웨이크필드와 허 구단주 둘 뿐"이라며 "스승과 제자의 끈끈한 정이 미 전설의 투수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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