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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칼럼] 올림픽 후에 할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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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칼럼] 올림픽 후에 할 일은

입력
2012.08.0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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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거듭할수록 여름이 잔인해진다. 유례없는 폭서는 심신을 마비시킨다. 사계절이 분명한 산하라고 했으니 성급하게 가을을 기다려야 할까. 그런데 내년에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기 때문이란다. 사람 탓이 크다고 한다. 번연히 알면서도 뾰족한 수가 없다. 지구야 그렇다손 치고 대한민국은 도가 더욱 심한 것 같다. 나라 전체가 도시로 변한 탓도 아닐까. 옛날에는 물가로, 들로, 산으로 피서길 떠난다고 하더니만 이젠 딱히 피할 곳도 마땅치 않다. '벽지분교 교정에선 산새 울음소리, 낙도분교 교정에선 물새 울음소리, 도시본교 교정에선 애완견 기침소리' (오세영) 그처럼 정겹던 시구절도 정녕 허사일 것만 같다.

간사한 게 사람의 마음인지라, 차라리 지난해의 폭우와 물난리가 나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시쳇말로 더위에 감염된 '멘붕'이다. 선풍기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 한때는 엄청난 사치품이었던 에어컨이 어느 틈엔가 냉장고나 한 겨울의 전열기처럼 가정 필수품이 된 기분이다. 서울 강남아이들은 에어컨 없는 학교나 공부방을 상상조차 못한다. 막막한 중동과 아프리카의 더위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전력은 딸린단다. 그래서 더욱 더운 전기를 생산해 내야만 한다. 공공기관의 기준온도는 상식과 다르다. 정책을 입안하는 관리도 재판도 비산업체 단일 기관으로 가장 전력 소비량이 높다는 서울대도 정전, 절전 작업에 나섰다. 은행의 현금지급기 박스에서 두 시간 피서하던 사람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해프닝도 낯설지 않다.

런던올림픽 소식이 잠깐이나마 청량음료가 된다. 64년 전, 애절토록 초라했던 신고식을 치렀던 그 위용의 땅에서 대영제국의 국기(國技)인 축구마저 승리했으니 오죽 감동이 크랴. 그러나 그 동안 무려 100 개의 금메달을 긁어 모은 우리가 아닌가. 이기면 좋고, 져도 그만인 것, 대수로울 것이 없다. 이 모든 것을 그 나라 문성(文星)의 작품 제목처럼 '한여름 밤의 꿈'으로 돌리자. 우리 모두가 올림픽의 수혜자이기도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만으로 족하다. 올림픽과 폭서에 빼앗겼던 제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 다시 일상적 삶의 질서를 찾아야 한다.

그 무엇보다도 몇 달 후에 치를 대통령선거를 주목하자. 누구를 향후 5년간 나라의 명운을 이끌 조타수로 삼을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자. 새누리당의 후보경선은 애초부터 박진감과는 거리가 멀지만 당면한 의제와 정책을 부각시키는 데는 유용하다. 이명박정부의 공은 승계하고 과는 과감하게 벗어 던지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지난 4ㆍ11 총선에서 일어난 공천헌금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한 것은 옳은 자세다. 그런 악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제 1야당인 민주당의 경선도 지지부진이다. 비슷한 중량의 후보들 사이의 힘겨루기 결과로 동반상승보다는 계파갈등이 후유증으로 남을까 걱정이다. 힘들여 합친 통합진보당이 또다시 갈라질 운명이다. 거대 여당, 막강 후보에게는 희소식이다. 지난 가을 갑자기 한국정치의 총아로 등장한 안철수는 어느 틈엔가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음습한 여름의 부패정치, 기존 정당들의 구태에 환멸을 느낀 청년세대에게 그는 정치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 공급자이다. 정식으로 출마를 선언하라, 말라, 구태의 요구에 그가 경청할 이유가 없다. 그에 대한 '검증'도 과거식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핵심은 경제와 복지다. 5년 전, 우리는 경제에 '올인'한 지도자를 뽑았다. '신형 CEO' 안철수가 떠오르는 숨은 이유도 경제다. 근대화 산업화의 경제 기틀을 세운 지도자의 딸이 거론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복지를 소홀히 한 경제는 오히려 사회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새삼 모두가 각성해야 한다. 각종 이익집단의 목소리에 현혹되지 말자. 활자에 붙들리지도, 트위터에 흔들리지도 말자. 정말이지 이번만은 제 정신 차리고 지켜보자.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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