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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 2012/ 번쩍 올라간 '아빠의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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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 2012/ 번쩍 올라간 '아빠의 주먹'

입력
2012.08.0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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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국가대표 한순철(28ㆍ서울시청)에게 아버지라는 세 글자는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태극 마크를 달고 처음 나선 국제종합대회였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한순철은 중3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영전에 금메달을 바친다는 각오로 나섰다. 기일이 도하 아시안게임 대회 기간이라 제사상을 차리지 못하는 불효를 금메달로 갚으려 했지만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복싱 인생의 마지막 무대인 2012 런던올림픽, 한순철은 '아버지의 책임을 다한다'는 각오로 나섰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 아내 임연아(22)씨와 두살배기 딸 도이를 남겨두고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버지의 힘은 위대했다. 한순철은 8일 오전(한국시간)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라이트급(60㎏) 8강전에서 파즐리딘 가이브나자로프(우즈베키스탄)를 16-13으로 꺾고 4강에 올랐다. 동메달을 확보하며 병역 문제를 해결한 한순철은 가족 곁을 지킬 수 있게 됐다.

한순철은 사각의 링에 청춘을 바쳤다. 그러나 '무명 복서'의 꼬리표를 떨치지 못했다.

설악중 2학년 때 교사의 권유로 글러브를 끼었다. 이듬해 자동차 정비 일을 하시던 아버지가 작업복이 장비에 끼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가 식당 일을 하며 큰 아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속초고를 졸업한 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실업 팀을 선택한 것은 생계 해결을 위해서였다. 자신의 벌이로 어머니와 남동생까지 책임져야 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밴텀급(54㎏)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은메달을 따내며 한순철은 한국 복싱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러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체중 조절에 실패한 탓에 16강전에서 완패했다. 키가 178㎝인 한순철은 밴텀급 체중에 맞추기 위해서는 10㎏을 감량하는 살인적인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감량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이후 체급을 라이트급으로 올렸다. 그러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후칭(중국)에 4-1로 앞서다가 7-10으로 역전패, 또 다시 고개를 떨궜다.

런던올림픽은 그에게 마지막 기회였다. 가장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승리가 간절했다. 한순철은 2009년 지인의 소개로 아내 임연아씨를 만났다. 현재 대학생인 임씨와는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을 치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딸도 태어났다.

한순철은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링에 올랐다. 16강전이 고비였다. 바즈겐 사파르얀츠(벨라루스)와 접전을 펼쳤지만 13-1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주심은 한순철의 손을 들어줬다. 상승세를 탄 한순철은 8강전에서 가이브나자로프를 꺾고 메달권 진입에 성공했다.

한순철은 11일 오전 5시15분 에발다스 페트라우스카스(리투아니아)와 결승행을 다툰다. 상승세를 몰아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24년간 금메달을 따지 못한 한국 복싱의 갈증을 푼다는 각오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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