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던 회사원 이 모씨의 스마트폰으로 메시지가 한 통 전송됐다. 'OO역 주변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 3번 출구 앞 편의점에서 접이식 우산 50% 할인 판매'라는 내용과 함께 할인쿠폰이 전송됐다. OO역 근처에 사는 이 씨는 3번 출구로 나가 다른 사람보다 저렴한 가격에 우산을 사서 비를 맞지 않고 귀가했다.
가상으로 그려 본 국지(局地)날씨(micro weather) 서비스의 사례다. 국내에도 국지 날씨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국지 날씨 서비스는 기상청에서 예보하는 도시나 지방 등 대단위 날씨 예보와 달리 동네나 지하철 역 주변 등 소규모 지역 날씨와 관련 있는 사업을 말한다.
6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이 업체는 국내 최초로 SK플래닛, 세븐일레븐 등과 손잡고 국지 날씨 서비스를 연내 서울에서 시작한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서울 주요 지역의 기지국 300곳에 실시간 날씨를 확인할 수 있는 감지기를 부착하기로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국지 날씨 서비스를 연내 서울에서 우선 실시하고 내년에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감지기가 실시간으로 파악한 날씨는 SK플래닛에서 개발한 솔루션을 통해 SK텔레콤 가입자가 거래를 맺은 기업들에 통보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조경 관광 레저 등 날씨와 관련 있는 일을 하는 기업에 국지 날씨를 알려주는 기업 대 기업(B2B)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할 것"이라며 "개인들에게도 스마트폰 응용 소프트웨어(앱)를 통해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개인들에게 제공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펼치는 국지 날씨 서비스다. 예를 들어 편의점 근처 날씨를 파악해 여기 맞는 음료나 우산 등 제품 할인 쿠폰을 가입자에게 전송하는 식이다. 또 조경 사업을 하는 기업은 지역별 온도와 날씨에 맞춰 스프링쿨러를 가동하거나 제습장치를 가동할 수도 있다.
SK텔레콤이 국지 날씨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기상 이변으로 지역별 날씨가 변화무쌍 해지면서 관련 사업의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이나 대단위 지역권 날씨는 기상청 및 민간 날씨 예보업체들이 제공하지만 세부 단위의 지역 날씨를 제공하는 곳은 없다. 수 많은 작은 단위로 날씨 감지기를 설치하려면 장소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
하지만 SK텔레콤은 이동통신업체의 특성 상 전국에 기지국이 산재해 있어 이를 활용하면 손쉽게 날씨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출장지나 거래처 지역 날씨 등을 알려주고 업체들로부터 의뢰 받아 상품의 할인 쿠폰이나 광고 등을 내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국지 날씨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이동통신업체 NTT도코모는 2010년부터 전국 기지국에 감지기를 설치해 국소 지역의 꽃가루 등 알러지 정보와 날씨 정보를 수집, 제약업체 등에 제공한다. 일본 KDDI도 2010년부터 기지국에서 수집한 기온 기압 습도 자외선 일조량 등 날씨 정보를 모아 '소라테나 안테나'라는 이름으로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 미국 웨더버그는 미 본토 8,000군데에 감지기를 설치해 구간별 번개 홍수 태풍 돌풍 등의 날씨 정보를 이용자들에게 알려준다.
그 만큼 업계에서는 날씨 정보 사업의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국소 지역 날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 사업 기회도 많다"며 "기상청이 전국 650군데 측정소를 운영하는데 비해 이통사는 수 천개 이상 기지국이 있어 훨씬 세밀한 날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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