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공천헌금 의혹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들이 복잡하게 제기되고 있다. 사건의 실체를 밝힐 핵심 사안들에 대한 당사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는 것이다. '배달 사고' 가능성 등도 나오고 있어 결국 검찰이 수사를 통해 전모를 밝혀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제보자 정동근씨가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3억원을 받아 조기문 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 3월15일 당사자들의 행적을 추적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당일 행적과 통화 내역, 계좌 입ㆍ출금 내역 등이 실체를 밝힐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3억원이 정동근에 의해 배달됐나?
돈 전달 과정의 출발점부터 엇갈린 주장으로 의문점이 있다. 정씨는 "현 의원이 은색 쇼핑백을 주면서 3억원이라고 했고 이를 조씨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으나 현 의원은 "50만원 이상 인출하지 않고 남편의 법인 돈은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 의원의 말이 사실일 경우 3억원을 준비하려면 50만원씩 600번 인출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3억원이란 돈이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씨는 3억원이 든 쇼핑백을 촬영해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울역에서 3억원을 받아 호텔서 전달?
정씨는 "3월 15일 오후 6시 45분 서울역에 도착해 구내 한 식당에서 조씨를 만나 3억원을 건넸고 서울역 2층 커피숍에서 조씨가 현기환 전 의원과 통화한 뒤 '알았습니다'란 문자메시지를 받아서 보여줬다"고 진술했다.
현금 3억원이면 5만원권이라도 100장 묶음인 500만원 열다발(5,000만원)이 여섯 개 필요해 부피와 무게가 간단치 않다. 이를 별도의 동반자도 없이 그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서 주고받았다는 점은 잘 이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뇌물수수 사건 전례에 비춰보면 대개 차량을 이용해 옮겨 싣는 것이 대부분이다. 검찰은 현 전 의원과 조씨 김씨 등의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해 이들이 당일 만났는지 여부를 추적 중이다.
배달ㆍ횡령 사고 가능성은?
정씨는 "조씨와 함께 현 전 의원을 만나러 서울역에서 서울 코리아나 호텔로 이동했으나 조씨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먼저 가라'고 해서 자리를 떴다"고 밝혔다. 당사자에게 돈이 전달되는 현장에 정씨는 없었다는 점에서 배달 사고 가능성도 거론된다. 조씨가 현 전 의원에게 이를 전달하지 않았거나 극히 일부만 제공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모 언론사 소유의 이 호텔은 바로 옆 건물이 해당 언론사이기에 늘 보도진의 왕래가 잦은 곳이다. 더구나 이 호텔 이용객은 지하가 아닌 사람들의 눈에 띄기 쉬운 야외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검은 돈'을 전달하기엔 적절치 않다.
이 같은 미심쩍은 점들에 따라 여당 내에서는 현 전 의원이 돈을 받았다는 혐의 부분에서는 좀 벗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이상돈 박근혜 경선 캠프 정치발전위원은 "배달사고나 횡령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만일 현 의원이 3억원을 조씨에게 건넨 게 사실이라면 이를 현 전 의원뿐 아니라 조각조각 나눠 공천위 관계자나 당내 유력인사들에게 제공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지역구 공천에서 낙마한 현 의원이 이례적으로 비례대표 후보에 올랐다는 점에서 어딘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배달사고 가능성에 반하는 얘기들도 나온다. 검찰이 현 전 의원과 조씨의 휴대전화를 상대로 기지국 수사를 한 결과 두 사람의 전화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정황을 확인했다는 설도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검찰은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6일 현 의원을 상대로 집중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현 의원은 검찰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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