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 모(34)씨는 최근 모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약 94만원짜리 스마트폰을 2년 약정 할부로 구입했다. 그러나 통화를 하거나 인터넷을 사용하면 20분 만에 들고 있기 힘들 만큼 뜨거워졌다. 도저히 사용할 수 없어 사흘 만에 환불을 요구하러 대리점을 찾아갔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소비자의 단순 변심으로 인한 해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리점의 답변이었다. 이통사 고객센터와 소비자보호원도 똑같은 대답을 되풀이했다.
김 모씨는 마지막으로 의지한 법률구조공단에서 방법을 찾았다. 공단 측은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할부거래법)에 따라 구입 후 7일이 지나지 않았으면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김 씨는 할부거래법을 통해 해지하고 휴대폰 구입비를 돌려받았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수십만원대 고가 스마트폰 이용자가 2,930만명으로 거의 3,000만 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 중 제품에 문제가 있어 환불이나 계약 해지를 하고 싶어도 판매처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방법을 몰라 속앓이를 하는 이용자가 적지 않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동통신 피해구제 신고는 493건으로 2009년 237건보다 2배 이상 늘었고, 해지 거부 신고도 2009년 16건에서 지난해 29건으로 증가했다.
이럴 때 활용할 만한 방법이 바로 할부거래법이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만든 할부거래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 법 제 8조는 소비자가 제품을 훼손하거나 시간이 흘러 재판매가 어려울 만큼 재화 가치가 현저히 낮아지는 등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계약일로부터 7일 이내 청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업체처럼 할부 상품을 취급하는 곳들은 대부분 이 법을 알고 있으나 이용자가 법의 존재를 거론하지 않으면 환불을 해주지 않고 있다. 특히 이용자 약관 등에도 표기돼 있으나 깨알처럼 작은 글씨로 적혀 있어 이용자들이 이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할부거래법을 통해 스마트폰에 대해 환불 받은 조 모(40)씨는 "정부가 할부 상품을 취급하는 업체들에 대해 할부 판매시 할부거래법으로 환불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용자 약관에도 눈에 띄게 표기하고 이 사실을 소비자에게 주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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