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 '박사 실업자'가 전체 박사과정 졸업자의 4분의 1을 넘어서 최근 10년 간 가장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서울대의 2011년 통계연보 '졸업생 취업ㆍ진학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취업 또는 진로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된 박사과정 졸업자는 2010년 8월 및 2011년 2월 졸업자 1,054명 중 289명으로 27.4%에 이른다.
서울대 박사과정 졸업자의 미취업ㆍ진로미상 비율은 2009년 15.4%, 2010년 25.3%에 이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진학자와 군 입대자를 제외한 내국인 박사과정 졸업자의 순수 취업률은 2009년 83.4%, 2010년 73%, 2011년 70.3%로 2002년 87.9%에 비해 10년 사이 17.6%나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의 '2012년도 대학생활 의견조사'에서도 설문조사에 응답한 박사과정 졸업예정자(2010년 8월 및 2011년 2월) 252명 중 20.2%가 '진로 미정'이라고 응답했다. 서울대 사회계열 박사과정 정모(29)씨는 "교수 자리는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요즘은 특정 프로젝트에 참여해 생활비 정도라도 받을 수 있는 박사 후 과정(post doctor)에 들어가는 것도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박사과정 졸업자들의 미취업에도 불구하고 신입생 숫자는 2001년 1,124명, 2006년 1,014명, 2011년 1,183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취업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학부 졸업 후 취업이 여의치 않아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는 만큼 고학력 인플레와 취업난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장기적 경제불황으로 대학과 공공기관 및 민간 연구소, 기업체 등이 채용인원을 줄이고 있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양승목 서울대 사회대 학장은 "박사학위자들이 주로 가는 곳이 대학이나 기업, 정부기관의 부설 연구소인데 모두가 예산을 줄이는 추세"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해외 박사학위자들의 국내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어 상황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양 학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박사학위자 배출 인원이 수요에 비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대학별로 학부 중심 또는 대학원 중심 등의 방향을 설정해 장기적으로 박사 배출 대학 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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