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의 대선에 대한 애매한 입장이 논란이다. 그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자체 최고를 기록했고, 대담집 은 출간 한 달도 안 돼 50만권이 팔렸다. 그런데, 가타부타 말이 없다. 애써 말을 아끼던 정치권에서는 본격적으로 견제와 비판을 하기 시작했다. "시사나 토론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반칙이다.", "정치는 아마추어다.", "책은 정치 공약집 수준으로 읽을 가치를 모르겠다"등… 그의 인기는 정치권에서 주장하듯 아마추어의 거품일 뿐인지, 지난 몇 년사이 대중문화의 트렌드 변화를 보며 한 번 생각해보려 한다.
먼저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다. 기획사가 만든 아이돌 그룹을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일방적으로 제공 받아 좋아할 것을 강요당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이 있다면 누구나 자격이 있고, 공정하게 문자 투표와 적극적 인터넷 참여를 통해 대중이 직접 영향을 끼쳐 스타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덕분에 재능이 있음에도 오랜 무명생활을 했던 허각과 울랄라 세션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한 후 다른 가수들과 공중파의 한 무대에 서는 게 낯설지 않아 졌다. 반면 기존 가수들이 주말 저녁시간에 피를 말리는 경연을 했던 '나는 가수다'는 처음 인기가 전같지 않다. 미리 엄선된 최고의 가수들이 정색을 하면서 마치 차력술 같은 열창을 하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식상함과 피로감을 준 것이 원인의 하나는 아닐까.
이를 안철수 현상에 덧대어 보자. 대중은 정치권과 언론에서 예선을 거쳐 누구를 선택할지 엄선을 한 후 마지막 선택만 하라는 것을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 또 아마추어나 프로의 구분도 인위적이다. 실력에 따라 대중이 결정할 문제이지 기존 정치권이 인위적으로 정해줄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세상이 복잡하고 체계화될수록 한 사람이 직접적 행위자로서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느끼기 어려워지고, 이는 자칫 무기력감으로 이어진다. 최근의 안철수에 대한 지지는 이에 대한 반작용이다. 대중문화의 트렌드는 갈수록 중간매개자가 빠진 직거래를 원하고 직접 영향을 주기를 바란다.
이어 프로그램의 구분도 마찬가지. 교양과 보도 프로그램에서 예능적 요소가, 예능프로그램에 교육과 시사가 자연스럽게 포함되는 것이 경향이다. 프로그램 구분은 만드는 사람의 방송국내 소속과 분류일 뿐,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차이가 없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 교수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결정은 어떻게 보면 그 자신이 공급자가 아닌 시청자의 관점에서 상식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단순한 상식적 판단에 의한 것이다.
그가 정치에는 아마추어일 뿐이라는 비판도 대중문화의 트렌드의 변화에서 보면 별 울림이 없다. 과거 드라마에 공채 탤런트가 아니면 출연하기가 어려웠다. 영화나 연극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들도 선뜻 출연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요새는 어떤가. 아이돌 그룹 멤버로 연기경험이 일천해도 바로 주말드라마의 주연이 되고, 맡은 연기만 잘해낸다면 누구도 거기에 대해 비판을 하지 않는다. 특별히 면허가 필요한 일부 직종을 제외한 곳에서 영역구분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원하는 것을 잘해낼 수 있는가다. 도리어 정치영역에 있어 대중은 기존 정치시스템에 익숙하며 세칭 직업정치인이라면 그가 보수나 진보 양쪽 모두 부정적인 눈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통합진보당의 당내 갈등을 보면서 그 의혹은 올바른 판단이라는 확신으로 넘어가는 듯 하다.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 교수가 기존 정치문법에 따라 행동을 하지 않음에도 수용자이자 최종 선택자인 대중은 이를 파격이나 예외적 사건으로 보며 비판하지 않고, 도리어 일상적이고 자유롭게 받아들이며 지속적 지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는 한 발 먼저 세상을 반영한다. 세상이 변했다. 공급자의 굳은 프레임을 수용자의 상식적 시선으로 전환해야할 때다.
하지현 건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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