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이 폭염에 불을 질렀다. '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사나이, 점잖아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사나이,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라고 노래하는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ㆍ35)의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아이돌 가수 일변도인 가요계에서 싸이의 인기는 돌풍 그 이상이다. '강남스타일'은 국내 온라인 음악순위 통합차트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차트에서 올해 4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곡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주제가인 린의 '시간을 거슬러'와 '강남스타일' 단 두 곡뿐이다.
해외에서 반응도 뜨겁다. '강남스타일'의 유튜브 조회수는 6일 1,500만건을 넘어섰다. 미국 CNN과 댈러스 지역 아침 방송, LA타임스에서 싸이의 노래와 춤, 뮤직비디오를 소개했을 정도다. B급 코미디 감각으로 무장한 뮤직비디오의 인기는 '대구스타일' '홍대스타일''기숙사스타일' 등의 패러디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만든 패러디 영상도 하나둘씩 올라오고 있다. 6일 이메일로 만난 싸이는 "2001년 '새'로 데뷔한 이후 이런 인기는 처음"이라며 "나도 소속사도 모두 신기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스타일'은 싸이가 직접 작사ㆍ작곡한 노래다. 그룹 언타이틀 출신의 작곡가 유건형씨가 공동 작곡자로 힘을 보탰다. 도입부부터 반복되는 유로 댄스 풍의 신시사이저 리프(반복악절)는 유씨의 작품으로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LMFAO, 파 이스트 무브먼트 등의 파티 랩(Party Rap) 장르를 연상시킨다. 싸이는 "어떻게 하면 더 신나고 재미 있는 곡을 만들까에 집중하며 만든 곡"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씨는 싸이의 음악에 대해 유머러스한 효과를 노린 '노블티 송(novelty song)'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노블티 송은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사운드 자체에 재미를 추구하는 방식의 음악"이라며 "1990년대 '마카레나' 열풍처럼 노블티 송은 항상 대중음악 산업 역사에 존재했었다"고 했다.
'강남스타일'이 해외에서까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중독성 강한 신시사이저 리프와 어우러지는 코믹한 '말춤'이다. 싸이는 "밑도 끝도 없이 신나는 노래에 '부피감이 있는' 내가 몰아치는 듯한 말춤을 추니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엉거주춤한 기마자세로 고삐를 잡고 밧줄을 던지는 동작은 카우보이 문화의 본고장인 미국 대중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대중문화 평론가 강태규씨는 "말춤이 우리에겐 복고로 보이겠지만 해외에선 신선하고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 팝 스타 티페인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라고 극찬한 뮤직비디오는 '강남스타일'의 인기를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 뮤직비디오 속 장소 선택과 상황 설정, 카메오 캐스팅 그리고 '한심 코드'라는 콘셉트 등은 대부분 싸이의 아이디어다. 그는 "신나는 리듬과 안무를 강조하면서도 한심한 게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전혀 강남 스타일 같지 않은 내가 공공장소에서 진지하게 퍼포먼스를 한 것이 코믹한 요소를 배가시킨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강남스타일'은 가사에 있어서 2012년 버전의 '희망사항'(1989, 노래 변진섭)이라 할 만하다. '희망사항'처럼 생활밀착형이면서 그보다 훨씬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가사가 대중의 귀를 끌어당겼다. 싸이는 "작곡을 먼저 한 다음 비트에 맞는 일곱 음절을 고민하던 중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가사를 생각해 냈다"며 "생활형 가사와 구어를 조화시켜 코믹함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K팝의 열기가 단지 아이돌 그룹에 한정돼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강태규씨는 "음악적인 완성도나 대중성, 기술적인 면이 세계적인 수준에 와 있다는 것을 증명한 노래"라며 "유튜브와 SNS를 통해 K팝 마니아를 형성해 놓은 것도 이 곡의 인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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