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원이와 소이의 이름으로 낸 기부가 아픈 아이들의 회복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사무실. 일란성 쌍둥이 아빠 박진우(34ㆍ회사원)씨는 칭얼대는 딸 소원이를 품에 안고 멋쩍게 웃으며 생애 첫 기부에 동참한 배경을 설명했다. 옆에선 쌍둥이 동생 소이가 엄마 박지은(31)씨 품에서 젖병 한 병을 깨끗이 비우고 있었다.
지금은 건강하지만, 자매는 지난 3월 몸무게 1.8㎏의 이른둥이(임신 8개월 만에 조산)로 태어나 한 달간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 했다. 더욱이 아버지 박씨는 지난 2008년 갑상선 암 선고를 받고 세 번이나 수술을 받은 후 결혼해 가진 자녀라 더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쌍둥이의 회복 후 이들 부부는 "소원이 소이는 건강하게 퇴원했지만 병원에 있던, 훨씬 심하게 아픈 다른 아이들을 생각하게 됐다"며 "친지들로부터 받은 백일 축하금 400만원을 난치병 어린이들을 위해 쌍둥이의 이름으로 기부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쌍둥이 자매는 이렇게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500번째 '생애 첫 기부자'가 됐다. 생애 첫 기부란, 백일이나 돌 등 자녀의 기념일에 잔치를 열어주는 대신 그 비용이나 축하금을 자녀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2008년 프로그램 시작 첫 해 14가족 2,040만원으로 시작해 지난 해에는 231가족이 1억4,156만원을 기부해 4년 만에 기부가족은 17배, 기부액은 7배로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 2일까지 167가족이 동참, 9,712만원이 모였다. 최근엔 자녀들의 입학, 졸업에 맞춰 생애 첫 기부를 하는 가족도 늘고 있다. 본부에선 이 기부금을 백혈병 등 난치병 어린이의 치료비, 지구촌 빈곤청소년 지원비 등에 쓴다.
본부의 류정희 간사는 "생애 첫 기부로 그치는 게 아니라 생일 등에 맞춰 계속 기부하는 이들이 전체의 30%에 이른다"며 "돌 때 부모님 품에 안겨 왔던 아기들이 성장해서 부모의 손을 잡고 생일 때 마다 저금통을 들고 오는 모습도 자주 본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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