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6 군사 쿠데타 세력에 의해 숙청된 뒤 미국에서 은거해온 장도영 전 국방 장관이 3일(현지시간) 오후 8시쯤 미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1961년 5ㆍ16 때 육군참모총장이었던 고인은 정변이 성공하자 쿠데타 세력에 의해 군사혁명위원회 의장과 계엄사령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으로 옹립된 뒤 국방부 장관과 내각 수반으로까지 추대됐다. 그러나 한 달이 안 돼 해임됐고, 같은 해 8월 22일 중장 예편했다. 이듬해 1월 반혁명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돼 63년 3월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지만 두 달 뒤 형 집행 면제로 풀려났다. 이후 군사정권의 압력으로 미국으로 쫓겨갔다.
고인은 5ㆍ16 당시 쿠데타 세력에게 자진해산을 종용하면서도 적극 진압은 하지 않았다. 이런 애매한 처신 탓에 쿠데타를 미리 알고도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고인은 2001년 회고록 출판 기념회에서 “쿠데타를 사전에 알고 방조했다는 주장은 쿠데타 세력의 모략”이라며 “쿠데타를 진압하지 못한 건 북한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군인들끼리 피를 흘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군사정권이 뒤집어씌운 반혁명 분자라는 죄목에 대해선 “나의 조속한 민정 복귀 방침과 그들(쿠데타 세력)의 장기집권 획책 간의 충돌이 결국 장도영 반혁명 사건이라는 터무니없는 드라마를 연출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평북 용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신의주고등보통학교를 나와 일본 도요대 사학과와 군사영어학교를 졸업한 뒤 일제에 의해 학도병으로 끌려가 중국에서 일본군 장교로 근무했다. 6ㆍ25전쟁에 참전했으며 육군참모차장, 제2군사령관을 거쳤다. 63년 도미해 미시간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위스콘신대 등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은퇴 뒤 올랜도 인근 도시 윈더미어 자택에서 부인 백형숙씨와 함께 노후를 보내던 그는 4년여 전부터 파킨슨씨병을 앓아왔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아들 효수(사업), 경수(의사), 진수(사업), 완수(의사)씨와 딸 윤화(미 아이오와대 의대 교수)씨 등 4남 1녀가 있다. 장례식은 8일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족장으로 열린다. 국내 연락처는 011-264-2524. 고인의 육참총장 시절 전속부관인 장정열씨의 휴대전화 번호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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