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충무아트홀대극장에서 막을 내린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관객들은 새 뮤지컬 스타 안지환(47)의 화려한 탄생을 목격하고 환호했다. 뚱뚱한 중년 부인(에드나)으로 분하는 바람에 몸매는 망가졌지만 극중 인물로 녹아 드는 연기력에다 능란하게 추억의 팝송을 부르는 모습에 객석은 늦깎이 뮤지컬 스타 탄생을 예감했다.
마지막 날 공연, 남편과 둘만 있는 대목에서 부르는 ‘타임리스 투 미’에서 안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마지막 공연에서는)울 것만 같다”고 했던 대로다,
‘헤어스프레이’ 출연은 그의 오랜 꿈을 기억하고 있던 SBS ‘맛 대 맛’의 이창재 PD가 2월 “ 다시 해보고 싶다고 한 뮤지컬 출연의 기회가 왔다”며 신시컴퍼니와의 미팅을 제안하면서 구체화됐다. 노래, 대본 읽기 등 즉석 테스트 후 전격 캐스팅됐다. “그게 오디션인줄 몰랐어요.” 모두 64차례 공연하는데, 더블 캐스팅이니 그는 32회 출연했다.
이번 무대는 전문 성우인 그에게 외도다. 1993년 MBC 공채 성우 11기로 입사해 ‘동물농장’, ‘무릎팍 도사’ 등 고정 출연만 10여개. 듣기 좋은 바리톤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기억돼 있었다. 틀을 깨고 나온 것은 이 뮤지컬이 자신의 복고 취향과 아귀가 맞아 떨어진 때문이다. “복고풍 정서는 딱 내 취향이죠. 오디션장에 가니 평소 부르는 노래 불러 달라기에 어니언스의 ‘편지’를 불렀어요.”
뮤지컬은 그에게 공중에 붕 떠오르는 느낌을 줬다. 돌이켜 보면 아찔한 순간이 적잖았다. 가사, 음정, 안무를 잊은 적이 더러 있었다. 눈썰미 좋은 방송계 친구들이 그런 실수를 지적해 줬으니 일취월장의 심정으로 임한 무대였다.
그러나 SBS의 ‘출발 모닝 와이드’ 중 자신이 맡은 ‘안지환의 블랙박스로 본 세상’을 마치고 무대에 오르면서 처음으로 “오늘도 버티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무대는 자신의 ‘멘탈’이 약하구나 하고 돌이켜 보게 된, 스스로의 부족함을 절감한 기회였다.
하지만 그 시간은 무대 특유의 동료애를 확인하는 사건의 연속이기도 했다. 특히 자신의 생일이던 7월 24일 무대에서 벌어진 깜짝 이벤트에 그는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경험을 했다. 사전에 한마디도 없더니, 생일이라며 케이크의 초에 불을 붙여주는 것이었다. 돌아서서 그는 펑펑 울었다. “눈썹이 떨어질만큼요.” 극중 남편은 객석에 생일 축하곡 합창을 은근히 유도하고 있었다.
무대의 맛에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확인하는 것이 스스로도 놀랍다. “최근 소극장 연극 ‘밀당의 탄생’을 너무 재미있게 봤죠. 무대에 서는 거리면 이제는 연극도 좋아요.” 그래도 깔끔하게, 행복하게 끝나는 ‘헤어스프레이’가 그에게는 최고의 무대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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