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악화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주택발(發)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리라는 전망은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실제 부동산 시장이 붕괴해 우리 경제 전체가 침몰될 것이라는 우려가 구체화하고 있다. 우선 전국의 평균주택가격이 2년 만에 처음 하락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하락세에 그나마 버텨오던 지방마저 마침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부동산 침체가 본격화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도 평균 6,000만원 이상 더 떨어졌다. 주택거래량도 급감해 올 상반기 주택거래량은 총 46만4,727건으로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 49만7,083건보다 더 줄었고, 2008년 상반기와 비교해선 70%에도 못 미쳤다. 미분양 아파트도 큰 문제다. 수도권 2만6,000가구를 포함, 전국 미분양아파트는 6만2,000가구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시공능력평가기준 상위 100대 건설사 중 4분의 1 가까이가 자금난에 빠져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가계금융 부실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3월 현재 전체 주택담보대출이 282조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담보가치인정비율(LTV) 60%를 넘는 은행권 대출이 44조원에 이른다. LTV기준을 넘긴 대출은 원리금 상환이 쉽지 않은 위험한 대출로 분류되고 만기연장 때 원금상환 압박을 받는다. 특히 우후죽순으로 세워진 판교 동판 김포 파주 광교 등 2기 신도시 아파트 12만 가구를 중심으로 LTV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지역에선 분양가에 비해 가격이 최대 20%까지 하락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정부가 정권 말기를 핑계 삼아 여기저기 눈치나 보고 있어선 안 된다. 주택시장이 투매와 가격 폭락의 패닉 상태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거래세 인하나 면제 등의 주택거래활성화 조치를 하루빨리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가계대출에 대한 원금상환유예나 담보대출금리인하 등의 대책마련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 실기를 하면 치러야 할 대가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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