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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 2012/ 변방의 발발이 검술, 세계를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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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 2012/ 변방의 발발이 검술, 세계를 베다

입력
2012.08.0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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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펜싱'이 유럽의 심장부에서 제대로 위세를 떨쳤다. 한국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금2 은1 동2개를 따내며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금맥을 처음으로 캤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금1 동1)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다. '멈춰 버린 1초'의 오심에도 불구하고 더욱 강력해진 위력에 이제 펜싱 강대국인 유럽이 한국 펜싱의 기술을 모방해야 하는 유쾌한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 펜싱은 스피드와 투자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자 에페 동메달리스트인 이상기 코치는 "우리가 펜싱을 배울 때는 교본 자체도 없었고 무작정 따라 하기만 했다.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라고 털어놓았다. 펜싱은 국제펜싱협회(FIE) 랭킹에 따라 올림픽의 시드 배정이 결정된다. 32강부터 시작되면 세계 1위와 32위가 맞붙고, 세계 16위와 17위가 대결을 펼치는 시스템. 김용율 펜싱 총 감독은 "과거에는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랭킹 포인트를 따내는 게 힘들었다. 랭킹이 낮다 보니 올림픽에서 처음부터 센 상대와 붙었고 메달을 딸 확률이 지극히 희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 펜싱 선수들은 FIE 랭킹 포인트를 쌓기 위해 국제대회를 돌아가면서 출전했다. 선수 4명과 코치 1명으로 구성된 각 종목의 대표팀은 FIE 그랑프리 대회에 모두 참가하며 랭킹 포인트를 꾸준히 쌓았다. 그 결과 각 종목별 간판 스타들의 랭킹은 10위권 내외로 뛰어올랐다. 랭킹이 높다 보니 이전보다 대진이 좋았고 한국의 4강 진출 턱도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한국은 김영호 로터스 펜싱클럽 감독의 금빛 사냥 이후로 확실한 '한국형 펜싱'의 특색을 드러냈다. 신체 조건이 유럽과 비교해 불리했기 때문에 손 동작보다는 발로 승부수를 걸었다. 유럽 선수가 한 걸음 움직일 때 우리는 2, 3걸음 움직이며 상대를 공략하는 전술. 스피드를 최대한 살린 펜싱은 철인 같은 체력이 필수라 엄청난 훈련량이 요구된다. 펜싱 대표팀은 올림픽을 앞두고 혹독한 훈련 일정을 이어갔다. 주말도 없이 코칭스태프와 선수 모두가 합심해서 구슬땀을 흘렸다. 여자 사브르 개인전 챔피언 김지연은 "집에 들어간 적이 손에 꼽힐 정도로 피나는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심지어 명절 때도 협회 임원들이 태릉선수촌에 와서 격려하고 훈련을 지켜봤기 때문에 선수들은 한 순간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펜싱 강국이 될 수 있었던 데는 SK텔레콤의 투자와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2003년 조정남 회장이 취임하면서 '한국형 펜싱' 발전에 힘을 쏟았던 SK텔레콤은 2009년 손길승 회장이 취임하면서 연간 지원 규모가 3배로 늘어났다. 12억원을 쏟아 부으며 국제대회 참가를 장려했고 결국 FIE 랭킹을 올리면서 올림픽 메달 사냥의 토대를 만들었다. 김용율 총 감독은 "이전에는 외국 코치를 많이 썼는데 한국형 펜싱이 자리잡으면서 코칭스태프도 모두 한국인으로 꾸려졌다. 이제 다른 나라에서 한국 펜싱을 배우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반겼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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