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소송이라지만 이런 억지는 처음 봤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특허침해 본안 소송에 돌입한 삼성전자가 애플의 주장과 태도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애플은 법원에 대해 '삼성전자가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선언해달라'고 요구한 상태. 심리가 시작된 지 아직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재판을 더 이상 하지 말자는 것과 같은 얘기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아무리 사활을 건 싸움이라고는 하나 소송관행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주장"이라며 정면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3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일(현지시간) 법원에서 채택되지 않은 증거를 언론에 공개한 삼성전자를 제재해달라는 내용의 긴급요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채택되지 않은 증거란 삼성전자가 애플의 전 디자이너인 니시보리로부터 받아낸 '애플이 소니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요지의 진술인데, 법원이 증거로 인정하지 않자 삼성전자는 이 증언내용을 일반에 공개했다.
애플이 요청한 내용은 3가지로 ▦법원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삼성전자가 침해했다고 인정해 달라'는 것 ▦배심원들에게 '삼성전자가 애플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을 침해했다고 알려달라'는 것 ▦'애플이 일본 소니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증거로 채택하지 말라'는 것 등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재판을 더 이상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외신들도 이 같은 애플의 태도를 문제삼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증거공개 등에 대해 통상 벌금 정도의 제재를 가하는데 애플은 삼성전자의 특허침해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이는 배심원들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배심원들이 공정한 판결을 위해 언론보도를 보지 않겠다고 서약한 이후에 증거자료를 공개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이 증거 공개를 문제 삼는 것은 서약을 한 배심원들을 믿지 못한다는 뜻이어서 미국 재판 제도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입장을 정리, 애플주장에 대한 반박문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재판을 이끌고 있는 루시 고 판사는 이날 심리에서 삼성전자가 증거 자료로 준비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영국 TV시리즈 '투모로우 피플'의 장면들을 모두 기각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1968년에 만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두 명의 우주선 승무원이 아이패드와 비슷한 납작한 직사각형 전자기기로 영상을 보며 식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1973년부터 79년까지 영국에서 방영된 '투모로우 피플'에도 아이패드처럼 생긴 기기가 등장한다. 삼성전자는 2010년 나온 아이패드보다 30~40년 앞선 영상에 비슷한 기기가 나오는 만큼, 애플은 디자인 독창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이 영상은 유럽에서 진행된 소송에선 증거물로 쓰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의 아이패드가 독창적 디자인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할 자료가 많아 이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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