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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양궁 '맏형' 오진혁이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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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양궁 '맏형' 오진혁이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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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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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양궁 대표팀의 맏형 오진혁(31∙현대제철)은 어깨가 무거웠다. 남자 단체전에서 목표로 했던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고, 개인전에서는 아우들이 16강과 8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부담과 책임감이 동시에 몰려왔다. 그러나 오진혁은 침착했다. 4강에서 김법민(21∙배재대)의 발목을 잡은 다이 샤오샹(중국)을 슛 오프 접전 끝에 제압하며 설욕에 성공했다.

힘겹게 오른 결승 무대. 임동현(26∙청주시청)과 김법민은 관중석에 앉아 열심히 응원하며 오진혁에게 힘을 실어줬다. 여자 양궁 2관왕의 주인공인 기보배(24∙광주광역시청) 또한 금메달 기운을 전달했다. 대표팀 동료들의 열렬한 응원 덕분일까. 오진혁은 3일(한국시간) 밤 런던의 로즈 크리켓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일본의 후루카와 다카하루를 세트 점수 7-1(29-26 29-28 29-29 28-25)로 꺾고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서도 사선에 선 오진혁은 한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올림픽에 첫 출전한 오진혁이 마침내 한국 남자 양궁 28년의 묵은 체증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한국 남자 양궁이 올림픽 개인전에서 따낸 첫 금메달이다. 그 동안 단체전에서는 4차례나 정상에 올랐지만 개인전에서는 유독 약했다.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첫 출전한 이후 단 한번도 '금빛 과녁'에 명중시키지 못했다. 은메달 3개와 동메달 1개가 전부였다. 그러나 오진혁은 집중력과 절실함을 바탕으로 남자 양궁에 첫 개인전 금메달을 안겼다. 7전8기 끝에 거둔 쾌거다. 이로써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거머쥐며 '효자 종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진혁에게 런던올림픽은 특별했다. 오진혁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1998년 주니어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했다. 그리고 이듬해에 고교생 신분으로 성인 태극 마크를 달았다. 빼어난 기량을 자랑하며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뽐냈지만 너무 자만했다. 당연히 출전할 줄 알았던 시드니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밀렸다. 2000년 종별선수권대회에서는 꼴찌를 하는 수모까지 겪으며 양궁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오진혁은 마음을 다잡고 군입대를 선택했다. 상무에서 현재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장영술 감독을 만나면서 재기를 노렸다. 초심으로 돌아가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 결과 예전 기량을 찾았고, 2007년 다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2008 베이징올림픽 선발전에서 분루를 삼켰지만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진혁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며 반전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런던올림픽 선발전을 통과했다. 30대의 나이에 처음으로 나가는 올림픽에서 그의 목표는 뚜렷했다. 한국 양궁 사상 첫 남자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단체전 우승은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단체전에서 뜻하지 않은 패배로 동메달에 머물렀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지만 개인전에서 '금빛 활시위'를 잡아 당겨 자존심을 회복했다.

런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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