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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에세이] 메멘토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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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에세이] 메멘토 모리!

입력
2012.08.0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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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단 하루도 그치지 않는 두 가지 소식이 있으니 곧 탄생과 죽음의 소식이다. 어느 가정에선가 새 생명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곁에서 들을 때는 까닭 모를 기쁨이 밀려오고, 주위에서 누군가 죽음을 맞았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엊그제는 사랑하던 분의 1주기 추모 예배를 다녀오는 길에 친구의 어머님 부음을 들었다. 아침 일찍 묘역을 찾아 나서면서부터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죽음을 기억하고 죽음을 묵상했다. 그리고 다시 낮은 목소리로 나 자신에게 되뇌면서 삶과 죽음을 넘나든다. '메멘토 모리!', "그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한 나 자신이 죽을 것을 기억하라!". 나는 그의 죽음이 선한 삶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생명의 길로 인도한 삶의 마지막 장이었던 것을 기억했고 나도 그 마지막 장에 가까이 이르고 있음을 기억했다.

인간의 죽음은 죽음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 속에 그 본질이 드러난다. 죽음을 두려움으로 대하는 태도 속에서 죽음의 실상이 드러나고, 또한 죽음을 기대와 소망 가운데 바라보는 태도 속에서도 그 실상이 드러난다. 전혀 상반된 태도이지만 이상하게도 죽음을 보는 동일한 관점이 배어있다. 두 가지 전혀 다른 태도가 그 속에 담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르지 않은 한 가지다. 곧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죽음이 정말 모든 것의 끝이라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죽음으로 모든 것이 막을 내린다면 왜 죽음을 두려워할 것인가. 죽음이 끝처럼 보이지만 끝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인간에게는 죽음이야말로 잠재적인 두려움의 대상이다. 죽음에 이 모든 삶이 반영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야말로 두려움의 뿌리이다.

죽음을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와 소망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땅에서 인간이 누리는 생명의 여정을 삶과 죽음이라는 말로 표현한다면 그 이후 새로운 생명의 여정은 죽음과 삶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떻게 아는가. 어떻게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알 수 있는가. 날마다 우리 곁에서 진행되고 있는 그 많은 장례식을 대하면서도 어떻게 죽음을 그런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 믿음이라고 하는 관점이다. 성경이라고 하는 인생설명서에서 죽음을 주해하는 부분을 믿음으로 받아들임으로 알게 되는 관점이다. 예수가 이 땅에 와서 보여주신 삶과 죽음의 전 과정을 통해서 그 관점을 확인한 때문이다. "살아서 나를 믿으면 죽음을 목격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받아들임으로써 죽음의 덫에서 풀려났기 때문이다. 부활이 신화가 아니라 사건이었음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정말 죽음이 끝이 아님을 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꿈꾸며 잠드는 오늘 밤과 같다. 내일 시험을 앞둔 학생이라면 그 동안 힘들게 준비한 것들을 점검할 것이고, 먼 길을 떠나야 할 여행자라면 일정에 맞춰 짐을 줄이거나 빠뜨린 것들을 여권과 함께 챙겨 넣을 것이다. 그렇다면 죽음은 우리에게 어떤 일정을 준비하도록 일러주는가. 지금 내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이별을 준비하고, 나보다 먼저 이 길을 떠난 분들을 만날 준비를 하라고 알려준다. 그렇다. 죽음은 또 하나의 이별과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다. 그래서 모든 관계의 결산이다. 나와 시간을 함께 했던 사람들의 모든 속내와 먼저 보내드렸던 분들의 기다림에 반응한 나의 흔적이 모두 드러나는 시간이다. "메멘토 모리!" 그래서 죽음을 기억하라는 명령은 오늘 하루를 이 모든 관계 속에 어떻게 살 것인지를 결단하라는 촉구이다. 무엇보다 그 관계가 영원한 것임을 기억하고 결코 스쳐가는 관계가 없음을 기억하라는 당부이다. 인생은 죽음을 기억하는 만큼 사는 것이다.

조정민 온누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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