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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얼굴 보고 얘기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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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얼굴 보고 얘기하자고요

입력
2012.08.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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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선배가 악성 댓글로 고생하는 걸 봤다. 애들 장난이려니 마음 쓰지 말라고 했으나 막상 들어가 보니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게 아물지 않은 상처에 굵은 소금을 뿌리는 듯한 정도의 강도였다. 차라리 모르는 이라면 그러거나 말거나 외면해도 좋으련만 글 면면이 학교에서 수업을 들은 아이들의 소행으로 보이니 배신감과 그로 인한 치욕이 더욱 컸을 터, 결국 지인들은 글 작성자를 잡아보자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무엇보다 사실이 아닌 허위사실 유포는 범죄와도 같으니까. 사이버수사대에 신고를 하면 수월할 수도 있겠으나 모두가 작성자를 잡고 난 뒤 혹여 잘 아는 친구일까봐 하는 그 맞대면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예고 수업을 나갈 때 한 반이던 다른 친구가 승승장구하는 걸 보다 못해 나한테 괜한 화풀이를 해댔던 것이다. 편애하는 학생과 고스톱을 짜고 쳤네 뭐네 온갖 욕설과 함께 성적인 비방까지. 문자를 보낸 이는 숫자 0000에 기대 자신을 숨겼다지만 하루 만에 난 그 녀석을 잡아들일 수 있었다. 곧 형사가 학교에 도착할 거다, 라는 말 한 마디에 무릎을 꿇고 싹싹 빌던 열일곱 소녀.

정말 청춘은 이렇듯 모두를 아프게 하는 이름일까. 선배에게 내 경우를 얘기했고 경찰 운운 몇 마디에 가장 악의적이고 악랄했던 글 몇 개가 얼마 안 되어 사라지는 걸 목도했다고 했다. 어쨌거나 불만 가득한 사람 조만간 밝혀지게 생겼다. 하필 이 여름이 너무 더운 관계로 용서 못 받게 생겼다. 쌤통!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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