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호텔/히가시노 게이고 지음ㆍ양윤옥 옮김/현대문학ㆍ504쪽ㆍ1만4800원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등 국내에도 꽤 많은 독자를 가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은 제목처럼 호텔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올해 일본 고단샤에서는 그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해 <히가시노 게이고 공식 가이드> 라는 책이 나왔다. 그 책에서 하가시노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뒤 일류호텔에서 집필관련 업무와 대외활동을 하게 되자, 호텔을 '어른을 어른답게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장소'라고 생각해 이곳을 무대로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히가시노> 백야행> 용의자>
도쿄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30세 전후의 회사원, 43세 주부, 53세의 고등학교 교사로 3곳의 사건 현장에는 모두 수수께끼 같은 숫자가 남겨져 있다. 피해자간의 관련성은 못 찾았지만, 경찰은 이 메시지를 근거로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으로 규정해 조사를 벌인다. 경찰은 숫자 메시지가 범행 현장의 위도와 경도라는 것을 알아내고 다음 범행 현장으로 도쿄 최고급호텔인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을 지목한다. 네 번째 살인을 막기 위해 수사관들은 벨보이, 하우스키퍼, 투숙객 등으로 위장해 잠입수사를 시작한다.
메시지를 해독한 닛타 형사는 베테랑 호텔리어 야마기시 나오미에게 지도를 받고 그녀와 한 팀으로 호텔 프론트 업무를 보며 수사를 시작한다. 닛타는 나오미의 만류에도 투숙객을 잠재적 혐의자로 대하고, 두 사람은 한동안 신경전을 벌이며 수사를 이어간다. 서서히 지쳐갈 즈음 닛타 형사는 호텔 연회장에서 결혼식을 앞둔 신부에게서 불길한 조짐을 발견하는데….
작가는 이 작품을 소개하며 "형사와 호텔리어 두 사람의 눈을 통해 차례차례 찾아오는 고객들을 묘사함으로써 독자에게 (어른들의 장소인)호텔을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잡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란 점에서 작가의 특기인 추리소설 형식이지만 넓게 보면 온갖 인간 군상이 등장하는 휴먼드라마에 가깝다.
싱글룸 요금으로 스위트룸을 욕심 내는 사람, 해고당한 분풀이를 호텔 직원에게 하는 남자, 남편의 불륜현장을 잡기 위해 스토커 소동을 일으키는 여자, 시각장애인으로 위장해 이상한 요구를 하는 노인…. 호텔을 찾는 이런 온갖 인간들이 닛타와 나오미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그의 작가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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