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전쟁에 참전했다가 척추에 부상을 입은 6급 상이 용사 유충재(82)씨의 경기 수원시 집에는 매주 금요일마다 40대 중반의 여성이 와서 청소를 해 준다. 국가보훈처가 지원하는 '보훈 섬김이' 연옥이씨다. 연씨는 거동이 더 불편한 아내(77)와 단 둘이 사는 유씨의 집을 2010년 1월부터 2년 이상 돌보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매주 두 번씩 오던 연씨의 방문은 올 2월부터 주 1회로 줄었다. "수원보훈지청에 찾아가 종전대로 횟수를 늘려줄 수 없느냐고 요청해 봤지만 인력 문제로 어렵다고 한다"는 유씨는 "지금도 나라와 연씨가 고맙지만 갈수록 힘겨워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가 유공자를 위한 '보훈 복지'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혼자 살거나 형편이 어려운 고령 보훈 대상자가 늘고 있는데도 이들을 돌봐줄 인력을 정부가 수년 간 확충하지 않으면서 재가(在家)복지 서비스가 부실해지고 있다.
2일 보훈처에 따르면 지난해 재가복지 서비스 수혜자는 1만3,088명으로 2010년(1만168명)보다 28.7%나 늘었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훈 섬김이 인력 수는 1,000명 그대로다. 정부는 보훈 섬김이 인력을 2008년 600명에서 2009년 1,000명으로 대폭 늘리면서 수혜자 수도 같은 기간 5,577명에서 2009년 9,476명으로 70%나 확대했다. 이후 수혜자 수는 증가일로다. 서비스 대상자인 65세 이상의 국가 유공자와 배우자가 자연 증가한 데다, 정부가 이들 중 가족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적극 발굴해서다.
하지만 수혜대상만 늘렸을 뿐 서비스에 투입돼야 할 인력 규모는 2009년 이후 3년째 1,000명에 머물고 있어 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보훈 섬김이 1인당 관리 대상자 수는 2008년 9.29명에서 지난해 13.09명으로 무려 3명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유씨처럼 서비스 횟수나 시간이 줄어드는 일이 생겨났다. 서울 구로구에서 활동하는 보훈 섬김이 하임순(60)씨는 "'서비스 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하루에 3~4곳을 찾아가야 하고 기다리고 있는 다른 분들을 생각하면 한 곳에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렇다 보니 수혜자 만족도도 하향세다. 2009년 94.7%였던 고객 만족도는 지난해 90.6%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원 인력을 1,000명으로 늘리기 전인 2008년(92.6%)보다 오히려 2%포인트 더 낮은 것으로, 설문 조사를 외부 용역에 맡긴 이후 최저 수치다.
보훈처는 보훈 섬김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예산을 확보할 근거가 되는 국가보훈복지법 제정이 늦어지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해명이다.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재가복지 서비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지원 인력이 더 필요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보훈복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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