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 공천을 앞둔 지난 2월 초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용 그림을 그린다고 할 때 쇄신 작업을 용이라고 하면 공천 작업은 마지막 눈을 그려 넣는 화룡점정"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맞은 당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쇄신 공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은 현역 의원의 물갈이 폭이 역대 최고 수준인 41%에 달할 정도로 공천 쇄신에 역점을 뒀다. 이어 총선 개표 결과 당초 예상을 뒤엎고 과반인 152석을 얻으면서 공천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50일 간의 공천 과정을 살펴보면 잡음도 적지 않았다. 우선 '여론조사 하위 25% 현역의원 컷오프' 원칙을 두고 밀실공천 논란이 제기됐다. 당 공직자추천위가 전권을 쥐고 임의로 현역 의원 물갈이에 나선 게 아니냐는 반발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실제 공천위는 당시 컷오프 여론조사 대상 131명 중 38명을 뺀 93명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꼼수 공천'이란 비판을 받았다. 공천위는 "공천위 재량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진수희 강승규 의원 등 다수의 친이계 의원들이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의 공천 개입설도 흘러나왔다.
당 안팎에선 "친박계 실세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 "일부 공천위원이 공천을 주도하고 있다" 등의 얘기들이 나왔다. 2008년 공천 당시 친박계 대거 공천 탈락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이재오 이방호 정종복 의원을 새로운 친박계 실세로 떠오른 최경환 권영세 현기환 의원에 빗댄 '최재오, 권방호, 현종복'이란 말까지 나왔다.
일부 공천자들의 공천 취소가 잇따르면서 부실 검증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 강남갑ㆍ을에 각각 공천된 박상일 이영조 후보의 경우 역사인식 문제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됐다. 여성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경북 고령ㆍ성주ㆍ칠곡의 석호익 후보 등의 공천도 취소됐다.
또 총선에서 당선된 김형태(경북 포항 남ㆍ울릉) 문대성(부산 사하갑) 의원은 각각 성 추문 의혹과 논문 표절 논란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해야 했다. 이번에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현영희 의원도 당초 부산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뒤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정홍원 당시 공천위원장은 2일 "비례대표의 경우 3개 소위로 나눠 각자 역할을 맡아 공천 작업을 했기 때문에 한두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시 민주통합당과 자유선진당(현 선진통일당)의 공천 과정에서도 잡음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에선 친노계의 대거 약진 속에 '구 민주계 인사 학살'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내홍이 깊어졌다. 심대평 전 대표 체제에서 공천이 실시된 선진당에선 외부 인사였던 이현청 공천심사위원장이 공천자 명단 발표 직후에 "공천이 엿장수 마음대로였다"고 말하면서 반발하기도 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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