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아시아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중국 견제 외교에 나섰다. 클린턴 장관은 1일 세네갈을 시작으로 남수단, 우간다, 케냐, 말라위, 남아공, 가나 등 7개국 순방에 들어갔다. 첫 방문지인 세네갈에서 클린턴 장관은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려는 미국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21세기에 외부인들이 아프리카에 들어와 자원만 빼낸 뒤 떠나버리는 시대가 끝나야 한다"며 중국을 아프리카의 단물만 빨아먹는 국가로 몰아세웠다. 반면 "미국은 아프리카 고유가치를 증진시키는 협력 모델을 지킬 것"이라면서 미국의 아프리카 외교를 '후원자가 아닌 동반자 관계'로 규정했다. 원조를 앞세운 중국이 결국 아프리카를 희생시켜 자국만 살찌운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의 차별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발언은 미국이 앞으로 아프리카를 적극 관리해 나가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대립이 아시아뿐 아니라 아프리카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클린턴 장관의 아프리카 순방은 특히 지난달 중국 경제권 편입 직전의 몽골, 라오스, 캄보디아 등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해 중국 견제 외교를 편 것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는 당시 몽골 연설에서 "정치적 자유없이 경제적 자유화를 이룰 수 없다"며 "어떤 나라들은 지도자를 선택할 국민 권리를 강탈한 채 무책임하게 국가를 통치한다"고 중국을 비난했다.
그러나 클린턴 장관이 과연 이번 순방에서 기대한 성과를 거둘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그 동안 미국은 아프리카를 안보협력, 민주주의 확산의 대상으로만 여겼고 투자는 민간 기업에 맡겼다. 그 사이 중국은 물량 공세로 아프리카의 보유 자원을 장악해왔다. 지난달에도 중국은 베이징에서 아프리카 50개국이 참여한 제5차 중국ㆍ아프리카협력포럼을 열어 200억달러의 차관 제공을 약속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클린턴 장관이 이번 순방에서 미국이 '아프리카의 무도회'에 늦게 도착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 인권을 앞세우는 미국의 추상적 전략보다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통한 중국의 접근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쉽게 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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