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 여성 독립운동가가 몇 명이나 되는 줄 아세요?" 국내 첫 항일 여성 독립운동가 주제의 시화전을 여는 시인 이윤옥(53)씨가 2일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던진 질문이다. "정부 훈·포장을 받아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은 여성은 216명입니다. 훈·포장이 수여된 남성 독립운동가가 1만2,000여명인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지만, 이마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안타까움을 그는 시화전에 고스란히 담을거라고 했다. 요즘 세대들에게 우리 역사에 대한 고찰의 기회를 주기위해 마련된 시화전은 11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내 '안국역문화쉼터'에서 열린다. 광복 67주년 기념일에 맞췄다. 이씨가 최근 발간한 시집 <서간도에 들꽃피다> 1, 2권에 담긴 시와 함께 이무성 화백의 그림이 어우러져 30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한다. 서간도에>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겨레의 스승 백범 김구 선생을 길러 낸 '억척 어머니' 곽낙원 여사, 중국 대륙 여자 광복군의 맏언니로 불렸던 오광심 여사, 대한민국임시의정원 홍일점 여장부 방순희 여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서간도에 들꽃피다> 는 여성 독립운동가 40명의 지난한 역정(歷程)이 생생하게 녹아있다. 단순 시집이 아닌 이유다. 시집의 외형은 간결하지만 속은 역사서라고 할 만큼 속이 꽉 차 있다. 한 인물에 대한 시 한 편과 그에 관한 짧은 기록, 사진(혹은 삽화) 등이 정성스럽게 들어가 있다. 자료 수집부터 탈고까지 10여년의 기록이다. 서간도에>
"국내엔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어요. 사료 등을 찾아 중국 일본 등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바로 이때문에 항일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어요, 설령 독립운동을 했어도 서류상 자료가 충분치 않아 국가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들도 적지 않고요."
사실 이씨는 일본 전문가다.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0년엔 와세다대 객원연구원으로 1년동안 일본을 공부했다. 그렇지만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공부할수록 회의를 느꼈다. 이게 <서간도에 들꽃피다> 를 낸 계기다. "역사를 왜곡한 일본 서적들을 보게 되면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었어요.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누군가는 시작해야 하지 않나' 싶은 마음에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찾기 시작했지요." 서간도에>
그는 시화전 개최와 함께 이 시집의 3권을 준비하고 있다. 20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추가로 등장시킬 예정이다.
'여성독립운동가 시집'을 몇 권까지 낼지 궁금했다. "200명 이상을 모두 소개하려면 10권이면 되겠지만 가능할진 모르겠다"고 대답이 왔다.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 후손들에게 알리는 건 남의 일이 아닙니다. 바로우리가 퇴색되지 않은 신성한 독립정신을 다시 새기는 '신독립군'이 돼야 해요.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이 와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같이 보고 생각을 나눴으면 좋겠어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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