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했다. 떳떳하고 부끄러움이 한 점 없다. 나만큼 국토 대장정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토 대장정에 나섰던 10대 청소년들을 폭행하고 성추행 한 혐의(폭행치상 및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로 2일 구속된 한국소년탐험대 총대장 강모(55)씨는 “나약한 대원들이 나를 모함한 것”이라며 모든 혐의를 학생들의 탓으로 돌렸다. 이에 대해 피해학생들의 부모들은 “강씨의 적반하장식 태도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며 자신의 잘못을 모두 학생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뻔뻔함에 분통을 터뜨렸다.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이날 강씨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를 통해 “범죄사실이 중대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을 뿐 아니라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 영장을 발부한다”고 밝혔다.
이날 해명자료를 갖고 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한 강씨는 대원들과 찍은 사진 10여장을 공개하며 “폭행을 당했다는 아이들이 어떻게 사진 속에서 이렇게 나와 함께 활짝 웃고 있겠느냐”며 “산행을 못 가겠다고 주저 앉은 대원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나뭇가지로 몇 대 체벌한 것을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건을 부풀렸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여객선 안에 많은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성추행이 일어나겠느냐”며 “조사과정에서 학생들이 곧 사실을 시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캠프일정이 가혹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대원들을 배고프게 해야 통제가 되고, 그래야 질서가 잡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피해학생들의 부모들은 “중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절대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고 분개했다. 이들은 또 “강씨는 물론 그의 사주를 받고 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휘두른 일명‘별동대원’들도 구금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별동대에는 강씨의 아들(20)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긴급체포 사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강씨를 지난달 31일 풀어줘 강씨와 별동대원들은 나머지 대원 10여명을 이끌고 이날 오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있기 전까지 3일간 버젓이 정선 등지에서 국토대장정 일정을 이어가 학부모들로부터 큰 원성을 샀다.
강씨는 지난달 26일부터 ‘2012 국토 대장정’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남녀 초중고 학생 56명을 모집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28일 오후 4시30분쯤 독도에서 울릉도로 향하던 여객선 등지에서 오모(14)양과 이모(17)양의 가슴을 만지는 등 청소년 6명을 폭행 및 성추행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전과 21범인 강씨는 2007년 여름 등 과거 2차례나 자신이 주최한 탐험행사에서 참가자들에 대한 가혹행위 등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해경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 캠프에 초등학생 자녀 둘을 보낸 김모(42)씨는 “어린 아이들을 지옥으로 보냈다는 사실에 아찔한 느낌이 든다”며 “추가 범행사실들을 철저히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해=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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