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에서 '금빛 바벨'이 쉽지 않다는 건 선수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204개 국가가 참가한 올림픽의 1등 자리는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다.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도 경기 당일 운이 따라야 목에 걸 수 있는 게 금메달이다. 그런 면에서 사재혁(26ㆍ강원도청)의 노메달은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올림픽을 앞둔 사재혁은 허리 통증으로 한 동안 바벨을 잡지 못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엔 오른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에만 매달렸다. 인간의 몸은 한 군데가 고장 나면 연쇄적으로 통증이 찾아오는데 무릎과 허리, 어깨 등 성한 곳이 없었다.
하지만 '오뚝이 역사(力士)'라는 별명답게 사재혁은 포기하지 않았다. 수 차례 들어올린 바벨처럼 긴 재활과 통증을 견뎌냈다. 사실 올림픽 메달 색깔도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는 사실이 뜻 깊었다.
사재혁은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 77㎏급 인상 2차 시기에서 162㎏을 시도하다 오른 팔꿈치를 다쳤다. 인상 1차 시기에서 158㎏을 가볍게 성공시킨 뒤 2차 시기에서 4㎏을 올려 도전했지만 힘이 부족했다.
사재혁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플랫폼에 쓰러졌다. 응급 처치를 받는 도중에도 내내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당연히 곁에서 지켜보던 이형근 남자 역도 대표팀 감독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지난 4년 간 누구보다 힘들었던 모습을 알기에 안쓰러움은 더욱 컸다.
사실 부상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방지할 수는 있었다. 이 감독은 "역도 선수들이 경기를 하다가 팔이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보통 선수들은 무게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면 바벨을 내려놓거나 머리 뒤로 넘겨 버린다.
하지만 사재혁의 의지는 강했다. 올림픽에 앞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시도하는 것이 내 최대의 무기이자 장점"이라고 밝힌 각오처럼 인간의 한계에 도전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메달 욕심 때문이라는 지적을 했지만, 162kg을 든다고 꼭 3위권 안에 드는 것도 아니었다.
대표팀 상비군을 지도했던 이명수 종로구청 역도 감독은 "역도인의 한 사람으로 봤을 때 경기에 나선 사재혁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허리뿐만 아니라 상체, 하체 모두 100%의 힘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면서 "훈련량이 부족해 팔꿈치가 버티지 못했다. 그래도 한계를 이기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재혁이는 정상 몸은 아니지만 이번 올림픽을 위해 많은 힘을 쏟았다. 비록 올림픽 2연패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도전 정신에 주목해야 한다"며 "역도는 정직한 스포츠다. 부상의 여파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경기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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