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한국 축구 사상 첫 번째 올림픽 메달을 향한 1차 관문을 돌파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2012 런던올림픽 축구 대표팀(23세 이하)은 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런던 웸블리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골 찬스를 마무리하지 못하며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1승2무(승점 5)를 기록한 한국은 같은 시간 열린 경기에서 스위스를 1-0으로 제압한 멕시코(2승1무ㆍ승점 7)에 이어 조 2위로 8강 진출이 확정됐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8강에 오르기는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8강이 확정되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공세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골 결정력이 아쉬웠다. 박주영(아스널)이 최전방에 나서고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백성동(주빌로 이와타)이 좌우 측면에 배치된 한국 공격진은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B조 2위로 8강에 진출한 한국은 5일 오전 3시30분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A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개최국 영국과 4강 진출을 다툰다.
버거운 상대임은 분명하지만 넘지 못할 산은 아니다. 한국 축구가 국제 대회에서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인 위축이다. 이른바 '세계적인 강팀'을 만나면 주눅이 들어 제 실력을 펼쳐보지도 못했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은 더욱 그랬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은 세리에 A 출신이 주축을 이룬 이탈리아에 0-3으로 완패하며 8강 진출이 좌절됐다.
런던올림픽 8강전에서 만날 영국은 '이름 값'에서 한국 축구가 만났던 어떤 상대 못지않다. 라이언 긱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니얼 스트러지(첼시) 등이 공격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홍명보호'는 이전에 올림픽에 나섰던 선배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박주영(아스널), 기성용(셀틱),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지동원(선덜랜드) 등'유럽파'가 전력 중추를 이루고 있다. 김보경은 잉글랜드 챔피언리그(2부) 카디프시티 이적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고, 남태희(레퀴야)는 주전 경쟁에서 한 발짝 물러난 형세다. 나이에 비해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조별리그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공수의 중심이 확실하게 섰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전술 기본 틀인 4-2-3-1 포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수비형 미드필더 조합, 기성용(셀틱)과 박종우(부산 )의 호흡이 나쁘지 않았다. 특히 기성용은 공수 연결 고리 역을 완벽하게 해냈다. 공격적으로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수비적인 기여가 빛났다. 한국이 조별리그 3경기에서 한 골밖에 내주지 내주지 않은 것은 기성용이 중원에서 상대 공격의 1차 저지선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경기 시작 직후 상대 선수의 팔꿈치에 얻어 맞아 광대뼈를 다쳤지만 끝까지 그라운드를 지켰고 부상 부위에 붕대를 감싼 채 가봉전도 풀타임 소화하는 투지를 보였다.
골 결정력 부족은 아쉬운 점이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내용적으로 앞선 경기를 펼쳤지만 2골에 그쳤다. 볼 소유권을 독점하고도 쉽사리 경기를 풀어가지 못하며 빈공에 그쳤다. 여러 번 맞은 세트 피스 상황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도 보완돼야 할 사항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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