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전기라도 절약" 허리띠 꽉
우리카드 고객이면서 우리투자증권 계좌를 갖고 있는 A씨. 그동안 카드와 증권투자 명세서나 자산운용보고서를 각각 받아왔으나, 이르면 올 10월부터 한 통의 우편물을 통해 모두 받게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 지시로 두 금융회사의 관련 전산자료 통합작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 관계자는 "고객 서비스 개선도 목적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우편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들이 경기 불황과 실적 악화에 대응해 다양한 방법으로 경비 절감을 시도하고 있다. 수 백 조원에 달하는 은행 규모에 견주면 경비 절감 효과는 크지 않지만, 정부 시책에 부응하고 직원들의 경각심 고취를 위해 은행권 전반에서 비슷한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외환은행이 중구 을지로 본점 대형 환율 전광판의 가동 시간을 축소한 것도 대표 사례다. 이 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환율 전광판을 켜지 않고 있는데, 이달 말까지 이런 조치를 유지할 계획이다. 은행 관계자는 "전기료 절감액은 월 10만원 미만으로 아주 미미하지만, 절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과 상부 지배구조가 같은 하나은행도 기름 값과 소모품 등을 절약할 수 있는 수십 가지 방법들을 은행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여기에는 ▦종이컵 대신 머그컵 이용, ▦3층 이내 계단 이용 ▦업무용 차량 주말운행 자제 등이 포함돼 있다. 국민은행은 직원들에게 원래 7월 이후 착용하던 여름 유니폼을 5월부터 입도록 한 뒤 실내 냉방 가동을 제한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은행 본연 업무를 통해 원가를 낮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은행은 서민 대상의 새희망홀씨대출 연체율이 4%(5월 기준)가 넘는 등 전반적으로 타 은행보다 연체율이 높은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체 연체율은 1.0% 이하, 고정 이하 여신비율은 1.7% 이하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은행 관계자는 "주택 관련 가계대출 방법을 거치식보다는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내는 비거치식으로, 또 변동금리보다는 고정금리로 유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은행권 전반에서 허리띠 졸라매기 바람이 부는 것은 수익 전망이 갈수록 악화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은행들의 당기 순이익은 총 2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0.4% 급감했는데, 3분기에도 대규모 감소 추세는 불가피하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은행을 둘러싼 대내외 악재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아 하반기에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은행 주식의 투자 비중을 줄이라는 권고가 잇따르고 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 보험 "돈 굴릴 곳 없다" 역마진 차단
집값 하락 속에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보험사가 '큰 손'고객을 회피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거액 자산가들이 저축성 보험상품으로 몰려들자, 각 보험사들이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가입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미래에셋생명과 흥국생명이 즉시 연금 보험의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삼성화재는 최근 은행 창구를 통한 일시납 저축성보험을 받지 않기로 했다. 또 동부화재는 은행을 통한 일시납 저축성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무제한이던 가입한도를 1억원 미만으로 낮췄다.
돈을 굴려서 돈을 버는 금융회사가 돈을 외면하는 이유는 뭘까. 자금시장에 돈이 넘쳐 나고,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고객에게서 받은 자금을 운용해 추가 수익을 낼 자신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부동산 활성화는 요원하고 증시는 엉망이며, 기준금리는 추가 인하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총체적 난국"이라며 "현재 4%대인 자산운용 수익률도 3% 후반까지 내려갈 수 있는데, 이 경우 저축성 보험상품의 공시 이율을 맞출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운용 자금은 넘쳐나지만 부동산 경기하락과 증시침체로 보험업계가 고전하는 상황은 올 초부터 감지됐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국내 보험업계의 총자산은 620조4,391억원(생보 496조5,784억원ㆍ손보 123조8,607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600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반면 이들 회사의 자산운용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경우 올해 4월 자산 이익률이 4.1%에 머무는 등 생보업계에서 절반이 넘는 회사들이 4%대의 자산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손보업계 '빅3'도 자산 이익률이 4%대 수준이긴 마찬가지. 1년짜리 정기 적금 금리 3.8~4.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보험회사는 고객 보험료를 바탕으로 부동산, 채권, 주식 등에 분산 투자해 수익을 내어 왔는데, ▦부동산 경기침체 ▦채권 금리 하락 ▦주가 하락 등 3중고가 이어지면서 운용 수익률이 크게 하락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여건이 더욱 나빠졌으며, '역마진'을 우려해 보험회사가 자금 유치를 기피하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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