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찾아내 돌보는 서울의 한 지역아동센터. 대부분 저소득층인 30여명의 아이들 중 학원을 다니는 아이는 2~3명 정도다. 그것도 영어학원을 다녔다 안 다녔다 한다. 이 센터 이모 원장은 "부모가 사교육을 시키려는 욕구는 있지만 아이를 꾸준히 학원을 보낼 형편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 강남에서 이름 난 한 영어유치원은 월 200만원의 교육비 부담에도 자리가 없어 못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웬만한 영어유치원은 월 120만~150만원이 예사다. 서울 관악구의 주부 이모씨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월 40만원짜리 영어 학원에 보내고 있다"며 "외벌이나 저소득층은 아이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지 난감한 나라"라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영어몰입교육 등이 강조되면서 사교육비 부담이 급증하고, 소득계층별 사교육비 지출이 14.6배까지 벌어지는 등 사교육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1일 한국교육개발원의 '사교육비 추이 및 추세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청 도시근로자 가구 가계조사를 기준으로 소득하위 10% 가정의 사교육비 대비 소득상위 10%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액은 2000년 6.3배에서 2010년 14.6배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소득상위 10%는 월 16만5,339원을 사교육비로 썼는데, 2010년에는 38만2,092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통계청 사교육비 조사는 아이가 없는 가정까지 포함해 평균을 내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가정만으로 좁힐 경우 가구별 사교육 비용은 훨씬 늘어나게 된다. 소득하위 10% 가정은 2000년 월 2만6,348원에서 2010년 2만6,122원으로 거의 비슷했다. 2008, 2009년에는 3만~4만원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10년에 다시 줄어들었다.
소득 상ㆍ하위 10%의 사교육비 격차는 1994년 4.7배로 가장 좁혀졌으나, 2005년 7.7배, 2007년 9.8배, 2009년 10배 등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도 10%에 육박, 각 가정이 사교육비에 짓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소비지출 중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 3%였으나, 2000년 5.4%, 2007년 7.4%, 2010년 7.7%였다. 2008, 2009년에는 각각 8.5%, 8.2%를 차지해 사교육비 고통이 가장 컸다.
보고서는 "2008년은 전반적인 추세에 있어 사교육비, 경상소득 대비 사교육비, 총소비 대비 사교육비 등이 모두 급격히 증가한 해"라며 "MB 정부 초기인 2008년에 영어몰입교육,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학교 자율화 조치 중 각종 규제 폐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 실시 등으로 학부모들의 불안이 가중된 측면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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