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석연치 않은 판정 논란으로 올림픽 제전이 오염돼가고 있는 꼴은 개탄스럽다. 더욱이 대표적인 오심 4건 중 3건의 피해자가 한국선수라는 점은 공교롭다. 지난달 28일 수영의 박태환이 자유형 400㎙ 예선에서 어이없이 실격 처리됐다가 번복하는 소동을 빚은 게 시작이었다. 이튿날에는 남자유도 66㎏이하급 8강전에서 3명 심판 전원이 조준호의 판정승을 선언했다가 심판위원장의 한마디에 곧바로 전원일치로 판정을 뒤집는 기가 막힌 코미디를 연출했다.
이런 일들만해도 거의 전례 없었거니와, 31일 새벽 펜싱 경기장에서 벌어진 황당한 '1초 사건'은 올림픽의 권위와 명예에 대한 세계인의 신뢰를 결정적으로 짓밟았다. 개최국 주요 언론에서조차 이 경기를 역대 '올림픽 최악의 오심 5건' 중의 하나로 꼽을 정도였다. 가뜩이나 올림픽이 갈수록 정치와 자본의 논리에 휘둘려 오염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급기야 순수한 경기력 측정 요소까지 불신 받는 상황으로까지 치닫는 건 비극이다.
우리의 문제로 좁히면 여전한 스포츠 외교력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02년 동계올림픽에서 오노의 헐리우드액션 등 숱한 판정 피해를 입어온 한국선수단은 "이번에는 오심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으나 역시 허언(虛言)이었다. 수영 관계자들만 즉각적이고도 적극적인 대응으로 상황을 바로 잡았을 뿐이다. 펜싱의 경우 언어소통이 미숙한 코치 혼자 발을 구르는 동안 현장에서 어느 임원 하나 나서서 조리 있게 항의, 설득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직적인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펜싱연맹이 무마용 꼼수로 내민 특별상을 덥석 받아들인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의 단견은 더욱 한심해 보인다. 추후 결과가 어떻든 끝까지 오류 정정을 요구하고 최소한 공식사과를 받아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마땅한 처사다. 특별상을 수용한 것은 서둘러 사안을 봉합하려는 태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신아람 선수의 거부가 스포츠맨다운 훨씬 당당하고 명분 있는 자세다. 이런 인식 수준의 체육계 지도부에 스포츠외교 역량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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