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을 피하기 위해 점프하고 돌진해서 다른 피스트로 건너가고 카메라를 머리로 박는 '묘기'까지. 펜싱의 묘미를 보여준 최병철(31ㆍ화성시청)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병철은 1일(한국시간) 영국 엑셀의 사우스 아레나에서 끝난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펜싱 플뢰레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3ㆍ4위전에서 안드레아 발디니(이탈리아)를 15-14로 꺾고 한국의 펜싱에 대회 첫 메달을 안겼다. 그리고 최병철은 2000년 시드니 대회의 김영호(금메달), 이상기(동메달)에 이어 12년 만에 메달을 따낸 남자 검객이 됐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한 최병철은 베테랑의 힘과 생기 넘치는 공격으로 펜싱 팬들을 매료시켰다.
최병철은 신발부터 남다르다. 그의 캐릭터인 '열정'을 반영하는 빨간색 신발을 신고 경기에 나섰다. 펜싱 선수들은 대부분 흰색 계통의 신발을 신고 경기를 펼치는데 최병철은 겉모습부터 달랐다. 최병철은 '원 포인트의 승부사'로 통한다. 지난 1년6개월 동안 14-14 살얼음판 승부에서 단 한 차례도 패한 적이 없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번 올림픽 3ㆍ4위전처럼 14-11로 앞서고 있다가 14-14로 쫓겼지만 마지막 승부수로 상대를 제압하며 금메달을 딴 바 있다. 이정현 코치는 "항상 병철이와 약속하는 게 있다. 마지막 승부수에 관한 것이다. 3ㆍ4위전에서는 '상대를 압박하면서 먼저 선제 공격을 하는 전략'을 짰는데 마지막에 역시 먹혔다"라고 설명했다. 최병철은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내가 딴 메달이 아니라 펜싱 대표팀이 모두 힘을 합쳤기에 가능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병철의 저돌적인 펜싱에 팬들은 환호성 내질렀다. 그는 상대의 칼날을 피하면서 반격하기 위해 점프를 했고, '1초의 피니시'를 위해 반대편 피스트까지 달려가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워낙 저돌적이라 발디니와 승부에서 돌진하다 카메라에 머리를 부딪히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코치는 "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라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오히려 힘이 빠져 부드럽게 경기를 했던 게 도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최병철은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이겨낸 '오뚝이 검객'이기도 하다. 2009년 수술 후 통증이 없어지지 않았던 그는 올림픽에서도 발목이 아파 인저리 타임을 갖고 양쪽의 발목 테이핑을 다시 해야 했다. 그는 "발목 때문에 지탱할 수 없어 공격을 하다가 꽈당하고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 발목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집에 3번만 갔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라고 가뿐 숨을 내쉬었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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