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의 한 빌라. 이 집에는 세 개의 성(城)이 존재한다. 아버지성, 어머니성, 아들성. 이들은 서로 대화 없이 방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산다. 아들이 저녁 밥상을 차려 제 방으로 들어가면 아버지는 마루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식이다. 작은 호프집을 운영하는 어머니는 가족들이 잠든 후에야 귀가한다. EBS가 2일 오후 7시 35분 방송하는 '가족이 달라졌어요-가족, 그 불편한 동거'는 한 가정을 통해 가족간 소통부재의 문제를 짚어본다.
아들(27)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어릴 때부터 진솔한 대화를 외면하는 사람, 화가 나면 감정조절이 안 되는 무서운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다. 그런 부모님에게 상처를 받아 종일 방문을 닫고 방에서만 생활한다. 아들은 "부모님과 함께 있는 것이 에너지만 빼앗기는 일"이라고 말한다.
아버지(52)는 아내와 아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퇴근 후 집에 들어와도 인사조차 없는 아들, 항상 비어있는 아내의 자리. 분노로 가득한 아버지는 아내와 아들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술에 의존하며 지내는 어머니(51)는 가족의 문제를 감추고, 문제 상황을 피하려고만 한다. 아들이 이 프로그램에 상담을 의뢰하기 전까지 가족간 대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불통 가족은 상담을 통해 조금씩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게 된다. 아들은 미술치료 중 아버지가 가족에서 소외돼 외로워한다는 것을 알고 죄책감에 눈물을 흘린다. 술에 의존하며 지내는 어머니, 무뚝뚝한 아버지도 가족들의 속내를 알아가지만 아직 변화가 낯설기만 하다. 이 가족은 닫힌 문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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