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설욕 시리즈'를 완성하지 못했지만 극적인 무승부로 상승 세를 이어갔다.
강재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일(한국시간) 런던의 코퍼 복스에서 열린 여자 핸드볼 B조 예선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 27-27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2승1무를 기록, 조 선두 자리를 지켜 8강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었다. 8강 티켓은 2개조에서 상위 4개 팀이 거머쥔다.
한국은 조 편성 결과가 나올 때만해도 메달 전망이 어두웠다. 한국(8위)보다 세계 랭킹이 높은 노르웨이(5위)와 덴마크(6위)를 비롯해 프랑스(11위), 스페인(16위), 스웨덴(19위) 등 유럽의 강호들과 한 조에 묶였다. '죽음의 조'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한국은 앞선 올림픽에서 아픔을 안겼던 팀들에 매서움을 보여주며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감동 재현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한국은 노르웨이와 2008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에서 맞붙었다. 경기 막판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28-28 동점 상황에서 종료 버저가 울린 뒤 던진 노르웨이의 슈팅이 득점으로 인정돼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그로부터 4년의 시간이 흘렀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세대교체를 단행해 전력이 예전만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에이스인 김온아(24∙인천시체육회)까지 예선 첫 경기서 다쳤다. 그러나 한국 핸드볼은 특유의 저력이 있었다. 아테네올림픽 결승에서 아픔을 안긴 덴마크에 짜릿한 1점차 승리를 따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한국은 노르웨이를 맞아서도 적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전반에 정지해(27∙삼척시청)가 5골을 터뜨리며 공격을 주도했고, 골키퍼 주희(23∙대구시청)의 선방에 힘입어 15-13으로 앞섰다. 그러나 후반 들어 한국이 주춤한 사이 노르웨이가 반격에 나서며 전세를 뒤집었다. 한국은 후반 20분께 22-25까지 뒤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뒷심을 발휘했다. 유은희(22∙인천시체육회)는 26-27로 뒤진 종료 35초를 남기고 결정적인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노르웨이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낸 한국은 무승부로 끝나자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반면 다잡은 경기를 놓친 노르웨이는 아쉬움에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3일 오후 7시15분 프랑스와 조별 예선 4차전을 치른다.
런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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