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내려오며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물가 원인을 놓고 ‘수요 위축’이라는 민간연구기관과 ‘공급 측면 안정’이라는 정부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1.5% 올라 2000년 5월(1.1%)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1%대 상승률은 2009년 7월(1.6%) 이후 3년 만이다. 작년 7월 물가가 많이 올랐던데 따른 기저효과에다 가뭄 해갈에 따른 농축산물 공급 안정, 유가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공급 측면의 안정 외에 국내 수요 부진 탓이 크다고 본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경기 침체와 가처분소득 감소로 소비가 늘지 않으면서 서비스가격이 안정됐고, 국제원자재 가격 안정도 결국은 수요 위축에 따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의 장기적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1월 3.2%에서 3월 1.9%로 1%대에 진입한 이후 지난달 1.2%까지 5개월 연속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가뭄으로 급상승한 곡물가격이 4∼7개월 시차로 국내 물가에 반영되고 국제유가가 최근 다시 오르면서 국내 석유류제품도 인상 압력을 받고 있어 수요 위축에 따른 저물가 국면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불황이 향후 몇 년간 이어지면 수요 위축에 따른 저물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곡물가격 등 공급 측면의 불안 요인이 많아 저물가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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