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9시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식물공장 베지텍스. 반도체공장도 아닌데 방진복에 모자와 마스크까지 갖춘 뒤 에어샤워를 통과해서야 출입문이 열렸다. 660㎡ 면적의 공장에는 엽채류 재배용 베드(bed)가 8단으로 겹겹이 쌓여 있었다. 한쪽에는 한달 가까이 재배해 출하를 앞둔 상추가 무성했다. 각 베드 위에 달린 형광등 빛은 특수제작한 반사판을 거쳐 상추 위에 쏟아졌다.
국내 최대규모로 상업재배에 뛰어든 베지텍스는 외부환경과 분리된 완전제어형 식물공장이다. 하루에 80g짜리 엽채류 1,500봉지씩 연간 40톤을 생산할 수 있다. 5년 넘게 일본 식물공장에서 근무한 김종철 대표는 "학교에 납품한 채소가 반응이 좋다"며 "이제 시작이지만 국내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수도권에 식물공장 바람이 불고 있다. 올 6월 문을 연 베지텍스에 이어 서울 노원구도 연말 완공을 목표로 지난 26일 공릉동에 660㎡ 규모의 2층 식물공장을 착공했다. 서울에 처음 만들어진 이 식물공장은 태양광과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함께 사용된다.
경기 용인시의 넥스트팜㈜와 인성테크㈜, 수원시의 미라이코리아㈜, 서울 금천구의 ㈜태연이엔지 등도 식물공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인삼전용 식물공장인 여주군의 아이팜, 농촌진흥청의 식물공장과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로봇식물공장 등 연구시설까지 합치면 수도권 식물공장 숫자는 10여 개나 된다.
베지텍스와 노원구에 기술지원을 하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식물공장은 빛,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배양액 등을 제어해 계절이나 장소에 상관없이 작물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재배기간을 최대 절반까지 단축하면서도 균일한 품질의 상품 생산이 가능해 이상기후에도 대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무농약 재배인데다 쓴 맛이 덜한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초기 시설투자비가 많이 들고 아직 국내 시장성이 높지 않은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베지텍스도 대형마트 납품을 추진 중이지만 마트 측은 식품안정성에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상업재배 식물공장이 70개 이상인 일본에서는 오히려 안정성을 앞세워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상우 도농업기술원 박사는 "무균재배라 노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균이 적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의학용 유전자변형작물 생산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식물공장의 지향점을 중동시장으로 보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이 올 6월 도농업기술원 식물공장을 비중 있게 보도하는 등 중동국가들이 식물공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상덕 도농업기술원 미래농업팀장은 "중동 쪽에서 제안이 오긴 했지만 아직 성사된 것은 없다"며 "미래를 위해 지속적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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