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의 대명사 대구의 31일 낮 최고기온은 37.2도. 같은 날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낮 최고기온은 무려 40.6도로 사막을 방불케 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대구기상대 관측으로는 1942년 대구에서 40도를 찍은 이후 70년만의 기록이다. 하양읍이 전국에서 가장 무더운 곳으로 등극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밀은 날씨에 있는 게 아니라 자동기상관측장비(AWS, Auto Weather System)가 설치된 위치에 있었다.
같은 날 오후 3시쯤 AWS가 설치된 경북 경산시 하양읍사무소 2층 옥상. 콘크리트 슬라브 지붕과 2대의 대형 에어컨 실외기에서 내뿜는 열기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더욱이 읍사무소 주변에는 높은 건물이 많아 한번 덥혀진 열기가 빠져 나가지 못했다. 이때 AWS에 찍힌 기온은 38.5도. 읍사무소 옥상에서 1층으로 내려오자 덥긴 했지만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양읍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전재훈씨는 "옥상 열기와 에어컨 실외기 때문에 1층보다 최소 2∼3도 이상 높을 것"이라며 "실제로는 하양이 대구보다 무더운 지역도 아닌데, AWS 때문에 전국에서 가장 무더운 곳으로 알려지게 돼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기상관측표준화법 등에 따라 기상청이 권장하는 관측장비 설치장소는 72㎡의 잔디밭에 이웃건물과는 해당건물 높이의 3배 이상 떨어진 곳으로 규정하고 있다. 바람이나 복사열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상청은 AWS 일부를 부지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공공기관 옥상 등에 설치, 탁 트인 잔디밭 위의 백엽상에서 측정한 기온과 한참 동떨어진 측정치가 나온다.
대구시와 경북 경산시, 영천시 등을 관할하는 대구기상대가 운영하는 자동기상관측장비는 경산 하양 등 9개소. 하지만 대구기상대나 영천기상관측소처럼 '관서'에 포함되지 않아 측정값은 참고용일 뿐이다. 특히 관측장비가 건물 옥상 등 부적절한 위치에 있는 경산시 경산과 하양, 대구 수성 3개소는 '지역 대표값'으로 보기 어려워 자료 인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대구기상대는 문제의 하양읍 AWS를 10월까지 금락근린공원 내 지상으로 옮길 계획이지만, 경산과 대구 수성은 연내 이전 계획이 없어 당분간 혼선이 계속될 전망이다.
대구=글ㆍ사진 이현주기자 lare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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