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둔 조종사 출신의 노튼 슈워츠 미 공군참모총장은 F-22 랩터를 "의심할 여지 없는 최고의 전투기"라고 평가했다. 2006년 241대가 격추된 모의 전투시험에서 F-22는 한 대도 격추되지 않아 기존 전투기는 따라갈 수 없는 무력과 성능을 자랑했다. 그러나 현존하는 세계 최고 전투기 F-22 랩터에도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투기 전문지 컴뱃 에어크래프트 최근호가 전했다.
F-22의 허점이 드러난 것은 6월 중순 알래스카 에일슨 공군기지에서 실시한 다국적 연합훈련인 레드 플래그다. 미국 동맹국 전투기 100여대가 투입돼 2주 동안 여덟 차례에 걸쳐 모의 전투를 했는데 독일 조종사팀은 스텔스 기능이 없는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8대를 몰고 참가했다.
타이푼과 F-22가 맞서 근접 공중전을 한 기본전투기 기동 훈련의 결과에 독일과 미국 조종사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독일의 마르크 그루에네 소령은 "타이푼이 F-22와 대등하게 대결했다"면서 "될 수 있는 대로 F-22에 가까이 다가간 뒤 근접 거리를 유지하는 게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속도, 고도, 첨단 레이더의 성능과 장거리 암람미사일로 무장한 F-22는 가시거리를 벗어난 원거리 전투에서 뛰어났다"며 "그러나 저속의, 근접거리 전투에서는 무겁고 몸체가 큰 F-22가 오히려 불리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전투기의 공중전이 대부분 가시거리 내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비록 F-22가 뛰어난 성능을 지녔다 해도 격추당할 수 있는 이런 약점이 노출된 것은 나쁜 징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4년 전 보고서에서 1950년 이래 공중 전투 가운데 근접전을 통한 격추가 588차례, 가시거리를 벗어난 장거리 격추가 24차례라고 분석한 바 있다. 앞서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F-22가 단연코 역대 최고의 전투기이며 향후 30년 간 미군의 항공권 지배를 보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그루에네 소령은 "근접전이 되는 순간 타이푼은 F-22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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