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분당(分黨)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의 제명안 부결 이후 국민참여당계와 새진보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 자주파(NL) 내 인천연합 진영 등은 2일까지 각자 모임을 갖고 향후 거취를 결정키로 했다.
강기갑 대표와 유시민ㆍ심상정ㆍ조준호 전 공동대표, 노회찬 의원 등 신당권파 핵심 인사들은 31일 만나 구당권파에 맞서 3개 정파가 행동을 통일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강 대표는 "국민과 당원들에게 더 큰 혼란을 주지 않으려면 주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동에서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 신당권파의 향후 행보를 가늠해볼 수 있는 단초는 마련됐다. 한 핵심당직자는 "구당권파와 같이 가기 어렵다는 점과 신당권파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은 3개 정파가 새로운 진보정당을 염두에 두고 '헤쳐모여식'으로 신당 창당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관련 유 전 대표는 "통합진보당은 사망 선고를 받은 정도가 아니라 사망 선고가 집행된 것과 다름없다"고 말해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문제는 분당의 시기와 방법이다. 참여당 계열은 가급적 빨리 매듭짓자는 쪽이지만, 2008년 민주노동당을 뛰쳐나온 적이 있는 진보신당 탈당파는 아무래도 또다시 당 밖으로 나가는데 대한 부담이 크다. 기층 조직이 구당권파와 일부 중첩되는 인천연합도 마찬가지다.
박원석ㆍ정진후ㆍ서기호 의원 등은 탈당할 경우 비례대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국고보조금을 비롯한 원내 3당으로서의 실리를 구당권파에 고스란히 넘겨 줘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끌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 신당권파 의원은 "이미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만큼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며 "모든 희생을 감수해야 국민에게 신뢰받는 진보정당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구당권파는 당내 단합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전날 이정희 전 대표에 이어 이날은 현역 의원들이 나섰다. 이들은 '당원들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이제는 당내 정쟁과 극한 대치를 종식시켜야 할 때"라며 "강 대표와 최고위원회를 중심으로 당의 단합과 단결을 위해 협력하고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상규 의원은 "일방통행만 아니라면 강 대표의 인사권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대폭 양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당권파를 향해 화해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하지만 참여당 계열 강동원 의원은 구당권파의 호소문에 대해 "저자세로 납작 엎드려 그들 특유의 위장 전술로 국민과 당원에게 또다시 사기를 치고 있다"면서 "이제 자신들이 취할 건 다 취했으니 화합하자고 말하는 건 몰상식과 몰염치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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