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바를 입에 넣고 있는 아가씨의 그림(사진)은 지난해 7월 창간호의 표지였다. 그렇게, 문화월간지 '인큐베이터'의 시선은 당당하다. 그 자리에서 무대 예술, 영화, 문학, 미술, 음악 등은 경계를 허물고 나와 앞다투어 새 흐름을 이야기한다. 지난 2월호는 그것을 두고 '욕망의 재구성'이라 했다.
예를 들어 이런 도발. <달려라 아비> 등 부모 캐릭터를 빈번히 사용하는 작가 김애란에게 그 이유를 묻는다. 어느 정도 경계가 해제된 작가의 답은 이렇다. "(부모의)육체적인 결합의 순간을 떠올릴 때도 거부감이 들기보단 축하해 주고 싶고, 놀려먹고 싶고, 그렇더라고요."(10호 중 김애란의 '나의 기원, 그의 연애') 바로 이 잡지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지난해 한글날 기념 특집호(4호) 당시 한글 자모를 기본 개념으로 해 수석 디자이너 김기조가 작업했던 표지 그림은 젊은 문화가에서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달려라>
무대에 대한 시선 역시 독특하다. 지난 3월은 일본 특유의 무대 예술 양식 부토(舞道)를 특집으로 해 현대 무대 예술에서 부토가 갖는 즉흥성의 의미를 천착해 갔다. 즉흥 연주와 무용을 주제로 해 이 시대 예술의 존재 의의를 묻는 특집 기사 '창으로의 풍경'은 복제와 가상 현실의 시대가 놓쳐 버린 가치를 웅변했다. 소극장 혜화동1번지의 연극 페스티벌 '해방 공간'을 다룬 11호에는 이들의 내면이 드러나 있다. "빈곤과 폭력, 자연적ㆍ환경적 재앙이 만연한 오늘날,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몰상식하고 무례하며 선정적으로까지 보일 수 있다. 거의 스캔들에 가까운 일이다."
사진, 회화, 미디어아트를 비롯해 소규모 춤판 등 독특한 공연 현장에 대해 예리하고도 참신한 시선을 던져 준 이들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홍익대 인근 서점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교보, 알라딘 등을 통한 온 라인 구매가 가능했던 3,000부 부수의 이 잡지는 12호 제작에 필요한 물적 토대를 마련하는 일에서 발목이 잡혔다. "휴간 중, (다음 호)준비는 물론이고 시도돼 본 적 없는 인터뷰ㆍ취재 방식도 개발해 뒀어요." 편집장 이명연의 말이다. 광고주ㆍ후원자 물색 등 현실적 문제를 넘어선 지금 실제적 현안은 인쇄비다.
이 잡지는 지난해 5월 그가 언니(명아)와 함께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다, 도달한 결론이다. "내 삶으로 들어온 예술을 이야기하기로 했어요."휴간 중에도 합정동 카페 앤트러사이트(무연탄)에서 1달 한번 꼴로 콘서트나 전시 등을 열 계획이다. "'인큐베이터 2.0'을 만들기 위한 오프라인 작업이죠."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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