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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중은 스토리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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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중은 스토리를 원한다

입력
2012.07.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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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한국시간) 개막된 2012 런던올림픽이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각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메달 레이스가 불을 뿜고 있다. 이번 대회는 204개국 1만500명의 선수가 26개 종목 302개의 금메달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302명 이상의 금메달리스트가 4년 간 흘린 땀의 대가를 받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피부색, 인종, 성별 등 메달리스트들의 면모는 각양각색일 것이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지난 12일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런던올림픽 후에 광고 모델로 돈 방석에 앉을 만한 스타를 소개했다. 야구 농구 등 4대 프로스포츠가 득세하고 있는 미국에서 올림픽 스타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광고주들의 눈길을 끌만한 스타들의 공통점은 스토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역경을 딛고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하거나 살아 있는 전설로서 입지를 굳히면 광고주들의 입맛에 맞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개인 스토리까지 풍부하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 적용해보면 스토리는 오히려 눈물샘을 자극하는 사연 또는 한(恨)과 자연스레 오버랩 된다. 헝그리 정신 하면 떠오르는 스타가 바로'라면 소녀' 임춘애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짧은 머리에 뛸 수 있을지 의문이 들만한 깡마른 체구로 육상 3관왕을 차지해 한국 육상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17세 여고생이었다.

한 매체에 '라면 만 먹고 뛰었어요' 라는 인터뷰 기사가 실려 일명 '라면 소녀'로 불리게 됐다.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나온 깜짝 금메달에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훗날 임춘애 자신이 인터뷰 기사가 크게 왜곡됐다고 밝혔지만 26년이 지난 지금도 그를 떠올리면 안스러울 정도로 깡마른 몸매로 전력질주 하던 모습과 인터뷰 기사 제목이다. '라면 소녀' 다음이 비록 아테네 은메달에 그쳤지만 '우생순'으로 회자되는 여자 핸드볼이다.

매스컴이 좋아하는 스토리의 주제도 세태에 따라 변화하는 추세다. 종전에는 힘든 가정환경, 부상,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금메달을 따면 집중 조명을 받았다. 30일 새벽 끝난 남자 유도 66㎏급 조준호의 동메달이 그런 사례다. 8강전에서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에 석연치 않은 판정 번복 끝에 분패, 4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판정 번복이 없이 동메달을 따냈다면 그야말로 손바닥 만한 기사였다. 하지만 판정 번복에 대한 억울함, 부상 투혼, 뒤늦게 접한 친할머니의 사망 소식 등 기사를 키우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모자람이 없었다. 이럴 때 '금메달 못지 않은 값진 동메달'이라는 제목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요즘은 운동 밖에 모르는 '운동 기계'보다는 다양한 방면에 관심과 재능을 가진 스포츠 스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외국의 경우는 비교적 흔한 사례다.

이번 대회 개인 혼영 4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미국의 라이언 록티는 기량뿐만 아니라 독특한 캐릭터로 눈길을 끌고 있다. 30을 바라보는 나이에 '만년 2인자'라는 꼬리표를 떼었고, 현역에서 은퇴하면 패션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당찬 꿈도 갖고 있다. 신발만 130켤레를 가지고 있고 유명 모델 에이전시와 전속 계약을 맺기도 했다. '다이아몬드 그릴'로 불리는 마우스피스는 그의 스타일을 대표하는 트레이드 마크다. 국내에 록티 같은 스타가 있다면 그의 이름 앞에 '기행(奇 行)'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지도 모르겠다.

대한체육회도 최근의 추세를 반영 하듯 이번 올림픽을 위해 '스토리 텔링 런던 올림픽'이라는 책자를 만들었다. 책자에는 프로필은 물론 징크스, 존경하는 인물 등을 담았지만 이래저래 콘텐츠가 부족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자신감 넘치는 신세대의 면모를 보았듯 런던에서도 태극전사의 기개를 떨칠 만한 다재다능한 메달리스트를 보고 싶다면 욕심일까.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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