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공동대표가 30일 그간의 침묵을 깨고 "대립의 시간이 끝나기를 바란다"면서 당내 화합을 역설했다. 자신과 같은 구당권파에 소속된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의 제명안이 부결된 뒤 격화하고 있는 당내 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하지만 신당권파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이 화합을 외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 3개월 동안 계속돼 온 대치 상황을 종결짓고 화합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나아가기를 모든 당원들께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는 헤어지지 않는 진보정당, 화합하고 단합하는 통합진보당을 만들겠다던 우리의 희망이 사라졌다고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대립과 분열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야 역사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의 공개적 입장 표명은 5월12일 중앙위 폭력 사태 직전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침묵의 형벌을 받겠다"고 밝힌 뒤 처음이다. 이를 두고 그가 강기갑 대표의 사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당권파의 한 의원은 "국민 신뢰 회복의 마지막 기회마저 무산시킨 구당권파의 핵심 인사가 무슨 염치로 화합과 협력을 외치느냐"고 공격했다. 한 핵심 당직자도 "김제남 의원을 부추겨 극심한 혼란을 초래한 장본인이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난했다.
국민참여당 계열과 진보신당 탈당파, 자주파(NL) 내 인천연합 등 신당권파 세 정파는 실무진 차원의 협의를 통해 금주 내에 향후 진로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구당권파와 함께 할 수 없다는 데 대한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탈당이나 재창당 등 세부 방안을 두고는 입장 차이가 상당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국민참여당 출신의 강동원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은 좌클릭했고 진보세력은 우클릭해서 간격이 상당히 좁혀졌다"면서 "민주당 입당도 통 크게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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