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경고만으로도 우리금융 민영화 저지 등 큰 성과를 거둬 파업을 잠정 연기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 돌입을 하루 앞둔 29일 '총파업 무기한 연기'를 발표하면서 내세운 이유다. 얼핏 전쟁 선포에 겁을 먹은 상대방이 항복했으니 굳이 싸움을 걸 필요가 없다는 승자의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금융노조의 사실상 총파업 철회는 금융권 안팎에선 일찌감치 예견됐던 일이다. 총파업의 명분이 없는데다 주력군이 돼야 할 5개 대형 시중은행이 모두 파업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가 내건 총파업 구호는 '금융산업의 공공성 강화와 사회적 책임'. 관치에 의한 메가뱅크 탄생 거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새 일자리 창출 등의 요구사항이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외견상 대의명분을 지향한 것처럼 포장했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임금인상 등 은행원들의 '밥그릇 챙기기'와 직결된 요구조건임을 알 수 있다. 우리금융 매각 반대만 해도 은행권 구조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합원들을 자르지 말라는 얘기다. 겉으론 공적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은 사적 이득을 추구하기 위한 투쟁임을 알 수 있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접으면서 내건 이유도 명분이 없다. 금융노조는 우리금융 매각 저지 등을 투쟁 성과로 제시했지만, 이는 오래 전부터 대선정국의 정치 이슈였다. 노조 투쟁과는 무관하게 차기 정부가 구성되면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해야 하는 주제라는 얘기다. 더욱이 우리금융 매각은 MB정부 들어 이미 두 차례나 실패했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금융노조가 자신의 성과인양 자랑하는 것은 그야말로 아전인수(我田引水) 해석이다.
금융노조가 진정 공익적 가치를 추구한다면 굳이 해법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서민들을 차별하는 고무줄 가산금리, 학력에 따른 대출금리 등 그간 금융권의 '이상한' 관행부터 없애기 바란다. 영업점 문을 닫는 등 고객들의 불편을 담보로 금융노조의 이익을 요구하려면 고객들한테 잃은 신뢰부터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강아름 경제부 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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