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003년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 탄원서에 참여한 것으로 30일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안 원장의 처신은 최근 저서 을 통해 대기업 총수의 사면 관행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 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인정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면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안 원장은 "2003년 당시 브이소사이어티 회원으로서 전체 회원 명의로 법원에 제출되는 탄원서에 서명한 일이 있다" 면서 "최 회장이 구속되자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자는 의견이 제기됐고, 회원 전체가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2003년 4월 서울중앙지검에 구속된 최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에 '브이소사이어티'회원들과 함께 서명했다. 최 회장은 당시 1조 5,000억원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서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
탄원서 서명은 안 원장이 최근 출간한 저서에서 기업주의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사면 관행을 비판하면서 공정한 법 집행을 강조했던 것과 어긋난다. 안 원장은 책에서 "(기업주의 전횡 등에 대해) 행정부, 사법부가 입법 취지대로 집행하지 않은 게 문제"라면서 "이런 것이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법치에 대한 불신과 우리 사회가 정말 불공정하다는 절망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안 원장은 이에 대해 잘못을 시인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진화에 나섰다. 그는 "10년 전의 탄원서 서명에 대해 당시에도 부담을 느꼈고, 내내 이 일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생각했다"면서 "이 일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기업들은 한국 경제에서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나 그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지금 누구든 법을 어기면 공정하게 처벌 받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원장이 밝힌 생각과 실제 행동 간 '불일치'에 대한 검증론이 앞으로 더욱 강도 높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안 원장의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 논리'와 '허위의식'을 거론하면서 공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장 새누리당 최수영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한 사람의 생각과 입에서 이렇게 다른 말과 행동이 나온다는 것은 그 사람이 인식과 논리가 이중적이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도 안 원장을 겨냥해 "성인인 척 하는 게 곧 판명이 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안 원장 정도의 지적 수준이면 10년 전 무엇을 했는지 기억할 텐데 모든 게 완벽한 사람처럼 처신해 왔다"며 "하지만 문제가 생기니 변명하는데 국민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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