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런던올림픽 특판 상품이 실종됐다. 과거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행사가 열릴 때면 앞다퉈 이벤트를 쏟아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수익성이 떨어져 고금리 예금을 내놓을 형편이 못 되는데다 올림픽 인기가 예전만 못해 홍보효과도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런던올림픽과 연계한 특판 상품을 내놓은 곳은 하나금융지주 정도다. 하나금융 계열인 외환은행은 다음달 10일까지 우리나라 금메달 수가 10개 이상이거나 종합순위 10위를 달성하면 0.1%포인트 추가 금리를 주는 '외화 공동구매 정기예금'을 판매한다.
올림픽 축구대표 공식 후원사인 하나은행은 최근 축구대표팀 성적에 따라 추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오! 필승코리아 적금2012'를 선보였다. 대표팀이 런던올림픽 8강에 진출하면 연 0.1%포인트, 2014년 브라질 월드컵 8강 진출 시 연 0.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이들 외에 특판 상품을 선보인 곳은 거의 없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엔 핸드볼 국가대표팀 관련 통장 출시(기업은행),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과 연동한 예ㆍ적금(신협, 수협) 등 은행마다 앞다퉈 특판 상품을 쏟아냈다. 또 국민ㆍ신한은행은 베이징올림픽 기념주화를 판매했고, 외환은행은 올림픽 응원단 파견 고객을 선정하는 이벤트도 열었다.
이처럼 뜨거웠던 올림픽 열기가 유독 런던올림픽을 맞아 식어버린 이유는 뭘까.
우선 은행권의 수익 전망이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총 2조2,000억원으로 전년(5조5,000억원)보다 60.4% 급감했다. 지난해 현대건설 주식 매각(3조2,000억원)과 같은 특별 이익이 없어진 영향이지만, 미래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수익 전망이 불투명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내린 것도 은행 실적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 자금을 유치해야 할 유인도 크지 않다. 저축은행 사태와 부동산경기 침체, 주식거래 급감 등으로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은행 수신잔액은 1,122조원으로 전달보다 13조원 이상 증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특판 상품은 주로 수신 자금이 부족할 때 내놓는데 은행으로 돈이 몰리는데다 경기가 안 좋아 긴축경영이 화두가 되는 상황이니 올림픽 상품 출시는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열기가 예전만 못한 것도 은행들의 특판 외면에 한몫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특판 출시는 큰 이득을 보기 위해서라기보다 홍보효과를 노리는 측면이 큰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어느 분야든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불황이 '올림픽=은행 특판 축제'라는 공식까지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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