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이 런던 올림픽에 집중된 요즘, 영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두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영국 정부와 미술계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탄생해 현대 영국미술을 주도하고 있는 젊은 작가군(young British artists)의 '쿨 브리타니아'전과 출생지는 달라도 런던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유망 신진작가를 조명한 '크리에이티브 런던'전이다.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멋진 영국)전에서 처음 눈을 사로잡는 것은 성인 남성을 주물로 뜬 조형물이다. 거장으로 평가 받는 조각가 안토니 곰리가 자신의 몸을 그대로 캐스팅한 'Another Time XIV'. 신체를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그는 작품이 된 몸을 통해 외부와 자신의 관계를 탐색한다.
사랑, 이별, 가족 등 개인적 경험을 작품의 재료이자 주제로 삼는 트레이시 에민은 'Trust me', 'Welcome Always' 등 하고자 하는 말을 문자 그대로 적은 네온사인 작품 두 점을 선보였다. 성(性)과 생명이라는 주제를 파격적으로 드러내는 조각가 마크 퀸의 새하얀 꽃 조각은 청초하기보다 관객을 집어삼킬 듯 위협적이다.
이밖에 제이슨 마틴,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사라 모리스, 게리 흄, 할란드 밀러 등 1980년대 이후 뚜렷한 개성과 다양한 재료로 새로운 개념미술을 선보이며 국제 미술계를 선도해온 yBa 작가 8인을 통해 영국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사라 모리스, 트레이시 에민, 게리 흄은 2012 런던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의 공식 포스터 제작에도 참여했다. 전시는 8월 19일까지 한다. (02)2287-3500.
영국의 전통과 실험성이 이질적인 조화를 이루는 전시가 '쿨 브리타니아'라면, 다문화의 창조적 에너지가 뒤섞여 새로운 문화가 재생산되는 런던의 힘은 '크리에이티브 런던'전에서 느낄 수 있다. 20대 중반부터 30대 후반의 신진 작가들은 출생지와 작품 스타일은 서로 다르지만, 런던에서 공부했고 활동한다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캐롤라인 워커는 남성의 시선으로 왜곡된 여성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여성의 일상적 모습과 흔적을 캔버스에 담아 낸다. 외출복을 벗다 말고 소파에 몸을 축 늘어뜨린 중년 여성과 옷장에서 옷을 고르는 여인의 뒷모습에서 황금비율은 찾아볼 수 없다.
남아공 출신의 백인인 카를라 부스틸은 다채로운 얼굴색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인종 문제와 부조리 등을 백인의 시선으로 거침없이 그려낸다.
디즈니의 캐릭터 오스왈드를 명화나 동물 캐릭터에 숨겨 '오스왈드' 찾기를 하는 에릭 벤딕스, 가면을 통해 인간의 경직된 윤리 의식을 비판하는 사라R키 등도 눈여겨 볼 만하다. 전시는 9월 3일까지 스페이스K 과천(코오롱본사 로비)과 서울 강남 BMW전시장(강남구 신사동)에서 하고, 9월 11~30일 스페이스K광주(서구 농성동)로 이어진다. (02)3677-3197.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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