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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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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징크스

입력
2012.07.3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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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제전 때마다 늘 등장하는 징크스(Jinx) 신드롬이 이번에도 어김없다. 사격의 진종오는 '마지막 한발의 징크스'를 날려버리고 첫 금메달을 따냈고, 우리 팀이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비긴 멕시코와의 첫 경기는 '흰색 유니폼의 징크스'때문이라더니 과연 붉은 유니폼을 입고선 강호 스위스를 깨끗이 제압했다. 어처구니없는 부정출발 시비로 페이스를 잃은 박태환의 400㎙ 레이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이어진 '유럽 징크스'의 재현이라고들 했다.

■ 선수들만 징크스에 사로 잡히는 건 아니다. "이상하게 내가 중계방송을 보기만 하면 꼭 지더라"며 애써 TV를 외면한 채 잠들었다가 다음날 경기결과를 확인하는 시청자들이 의외로 많다. 경기 전 "꼭 이길 것" "평소 실력대로면 금메달은 떼 논 당상"이라는 식으로 분위기가 잔뜩 띄워지면 반드시 지게 된다고 확신하는 이들도 있다. 남현희와 박태환, 남자단체양궁의 안타까운 불운에 "거 봐, 역시"하며 호들갑 떤 매스컴에다 원망의 화살을 돌린다.

■ 징크스의 어원적 의미는 '불길한 징조'지만 요즘은 좋고 나쁜 조짐에 두루 쓴다. 만들어지는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어느 날 유독 경기가 안 풀려 이리저리 원인을 생각하다 아침에 문득 손톱 깎은 일이 생각나면 그날로 그게 징크스가 되는 식이다. 심리학 용어로 하자면 '조작적 조건화'다. 어떤 조건이나 자극이 주어지면 그에 따라 하는 일반적 행동패턴과 달리, 거꾸로 행동에 앞서 조건을 만든다는 의미다. 경기를 앞두고 다신 손톱을 깎지 않듯.

■ 그러므로 조건이 깨지면 그 순간 징크스도 사라져야 하는데 꼭 그렇진 않다. 2002년 월드컵에서 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스페인전 등 기막힌 승리 때는 흰색, 독일ㆍ터키전 패배 땐 붉은색이었는데도 유니폼 색깔 징크스는 깨지지 않았다. 웬만하면 일관성을 유지하려 드는 심리성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징크스 의존이 심해지면 일상의 사소한 것마다 징조를 부여하고 거기에 구속되는 강박이 되고, 더 커지면 미신이 된다. 징크스는 가급적 만들지 않는 게 좋다.

이준희 논설실장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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